청해진해운 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검찰 소환에 불응한 채 잠적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13일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들고 서울 염곡동 유씨 일가(一家)의 집 등으로 찾아갔지만 밤늦게까지 대균씨를 연행하지 못했다. 검찰은 12일엔 유병언씨가 세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본부에 해당하는 경기 안성시 금수원으로 찾아갔으나 출입문을 지키는 사람들이 몸으로 막아서는 바람에 발길을 돌렸다.
미국에 체류 중인 유병언씨 차남과 장녀 등 7명도 검찰의 귀국 종용을 거부해 수배됐다. 검찰은 지난달 하순부터 세 차례 시한(時限)을 연장해 가며 출두하라고 했지만 유씨 일가 사람들조차 '우리도 연락이 안 된다'며 버티는 상황이다. 유씨를 따르는 이른바 구원파 신도들은 검찰청사나 금수원 등으로 몰려가 구호를 외치는 등 힘으로 법 집행을 막겠다는 태세다.
유씨와 그 일가는 세월호 참사(慘事)에 직·간접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다. 유씨는 청해진해운 사번(社番) 1번을 부여받은 회장으로서 다달이 1000만원씩 월급을 타갔다. 청해진해운 운영에 총괄 책임을 지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그는 세월호 침몰 후 사과는커녕 밖으로 얼굴조차 보인 일이 없다.
세월호가 침몰한 것은 선사(船社) 측이 배의 안전은 도외시하고 무리하게 구조를 개조해 선실을 늘린 데다가 돈 벌 욕심에 화물을 과적(過積)한 것이 원인이었다. 선원과 청해진해운 직원들은 승객들이 가라앉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화물 적재량 기록을 줄이려고 증거 조작을 하고 있었다. 선장·선원들이 자기들만 살겠다며 승객들은 팽개치는 비상식적 행동을 보인 것도 청해진해운의 '물욕(物慾) 경영'에서 비롯된 '선원 정신(seaman-ship)'의 실종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국내 최대 여객선의 운항을 책임지는 선장이 월 27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이었다니 그에게서 무슨 책임감을 바라겠는가.
유씨는 자기가 찍은 사진을 계열사들에 장당 수천만원씩 받고 팔거나 회사 이름을 지어줬다는 명목으로 수천만~수억원씩 컨설팅료를 챙기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갈취 경영'을 해왔다. 유씨 자녀들도 분식회계·탈세로 조성한 비자금을 해외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로 빼돌렸다. 이런 사람들이 무슨 치외법권(治外法權) 지대에라도 살고 있는 양 대한민국의 법 절차와 공권력 집행을 무시하려 들고 있다.
유씨 일가 같은 이들을 형사처벌하는 데 복잡한 법률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에서 억울함과 좌절감을 느낀다는 국민도 적지 않다. 유씨 일가와 측근들이 법 집행을 거부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에는 어떤 종교적 신념 같은 것이 작용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대한민국 땅에서 대한민국 법률의 보호를 받으며 기업을 세우고 돈을 벌어왔다. 그렇다면 수백 명을 바닷속에 수장(水葬)시킨 책임에 대해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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