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3일 화요일

경향_[사설]“북한 빨리 없어져야 한다”니 국방부 제정신인가

북한은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를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혐오스러운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아프리카 원시림 속의 잔나비” “혈통마저 분명치 않은 잡종”이라며 인종차별적 용어로 비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케이틀린 헤이든 미국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이 “추하고 무례하다”고 나무랐지만, 북한 외무성은 “응당한 대응”이라고 맞받아쳤다. 

북한의 추악한 언어 도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한계선을 넘나들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그런데 정부도 이 추한 말싸움에 끼어들기로 작정한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제 국방부의 김민석 대변인이 북한과 욕설 대결을 하듯 “북한은 나라도 아니다.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논평했다. 정부 부처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북한이라는 체제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준비’가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아왔고, 북한은 흡수통일을 위한 것이라며 격렬하게 공격해왔다. 그렇게 의심의 눈초리가 쏠린 상황에서 정부 부처 대변인이 남한은 북한의 조기 붕괴를 바라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발언은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합의한 상호 비방·중상 중지를 위반한 것이자, 대화 상대를 부정하는 것이고 정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북한이 인권유린도 마음대로 하고 어떤 때는 처형도 한다”면서 발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국방부가 언제부터 북한인권 문제까지 담당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국방부는 자기 할 일이나 똑바로 해야 한다. 김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북한에서 취득한 정보라며 ‘4월30일 이전에 큰일이 일어날 것이다’ ‘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북한 내부자 발언까지 공개한 뒤 4월 중 4차 핵실험 징후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핵실험 여부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다. 국방부가 무리하게 예측하고 추리해서 발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요즘 국방부가 왜 이렇게 앞뒤 재지 않고 나서는지 알 수가 없다. 불안한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 같다. 국방부는 안보를 책임진 부서의 막중함에 값하는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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