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들의 경제 걱정이 부쩍 늘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탓에 여행·쇼핑·식당 매출이 줄면서 내수시장 침체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호들갑이다. 뭔가 대책을 내놓으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어제 긴급 민생대책회의를 열어 정부 재정을 상반기 중에 조기 집행하겠다고 화답했다. 어디선가 많이 봐온 듯한 그림이다.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 대응을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경기침체를 세월호 탓으로 돌려 국면전환용으로 삼겠다는 발상이라면 가당치 않다. 그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정부는 어제 긴급 민생대책회의에서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한 미세조정 대책을 내놨다. 2분기 중 재정집행을 7조8000억원 늘리고 여행·운송·숙박업종에 750억원 규모의 저리 자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또 정책금융과 공공기관 투자도 상반기 중으로 앞당겨 집행함으로써 내수시장을 떠받치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이 확산될 경우 경제회복의 불씨가 약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지난해 말 이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9%를 기록했지만 민간소비는 0.3% 성장에 그쳤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일부 업종의 내수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더구나 내수침체는 어제오늘 얘기도 아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노릇을 해온 수출은 여전히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마치 세월호 탓에 한국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위기감 조성은 그 속내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침몰사고의 늪에 빠져 있는 정부·여당의 고민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30여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아이의 생사도 모른 채 피눈물을 쏟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가뜩이나 설익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과 북한의 무인기 수사결과 발표를 놓고도 뒷말이 많은 터다. 내수침체는 세월호 탓으로 돌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제 위기감을 조성한다고 들끓는 민심이 가라앉을 리 없다.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스러진 애끓는 영혼들을 아무 대책도 없이 이대로 묻을 셈인가. 세월호 국면전환을 위한 섣부른 대응은 정부 불신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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