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3일 화요일

조선_[사설] 국무회의 토론도 멍석 깔아줘야 하는 장관들

정부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무회의를 열어 국가 재난(災難) 안전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토론 내용보다는 회의 모양새 때문에 관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딱 네 마디, 토론 주제에 대한 주문만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안건 처리에 걸린 10분을 빼곤 2시간 40분 동안 장관들이 돌아가면서 세월호 후속 대책을 협의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레인 스토밍(자유 토론) 자리였다"며 "오늘 대통령은 주로 들으셨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국무회의는 하달(下達) 중심의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렇다 할 토론이나 반론(反論) 제기는 거의 없었고 대통령은 깨알 같은 지시를 쏟아냈다. TV 화면이나 신문 사진에 나온 장관들은 늘 무엇인가를 받아 적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국무회의는 국회로 보낼 법안과 일상적 정책 결정은 물론 헌법상 정해진 17가지 국가 주요 안건을 심의·통과시키는 곳이다. 이런 국무회의가 모든 안건을 일일이 토론하는 것은 쉽지 않고 과거에도 그런 적은 없었다. 그렇다 해도 이 정부의 국무회의는 그 정도가 심했다. 청와대는 이번 국무회의를 앞두고 장관들에게 토론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니 준비를 해오라고 사전에 주문까지 했다고 한다. 명색이 국정(國政)을 다루는 최고 회의체인 국무회의가 청와대에서 미리 멍석을 깔아주지 않으면 토론마저 쉽지 않은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 적잖은 국민이 이 정부와 장관들을 그런 눈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과 장관은 단순한 상하(上下) 관계가 아니라 동지(同志)적 책임 의식을 공유해야만 국정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박 대통령도 취임 전엔 책임 총리, 책임 장관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청와대로 모든 권한이 집중됐고 총리나 장관들은 그저 시키는 일만 하면서 자리보전에만 신경 쓰는 듯한 인상을 줘왔다. 그 결과 무슨 일만 생기면 이해 당사자들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야겠다"고 나서는 상황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곧 세월호 참사 종합 대책을 담은 대(對)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각 부처는 이 담화에 맞춰 수많은 안전 대책을 쏟아낼 것이다. 그러나 이 대책들도 정부 조직과 공무원의 손을 거쳐 시행될 수밖에 없다. 결국 세월호 후속 대책의 성패(成敗)는 공무원들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처럼 청와대 독주(獨走)만 눈에 띄고 '받아쓰기 정부'라는 비아냥이나 들어서는 어떤 대책도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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