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의 지지율이 모두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9일 발표한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세월호 사고 전인 4월 둘째 주의 59%에서 46%로 크게 떨어졌고, 새누리당은 44%에서 39%로 하락했다. 새정치연합 역시 25%에서 23%로 내려갔다. 여야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은 대부분 무당파로 옮겨갔다. 전문가들은 "국민이 대통령과 여당에 세월호 사고 책임을 주로 물으면서 야당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정치 불신 속에 6·4 지방선거의 막이 오른다. 오늘 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내일 야당 전북지사 후보 경선을 끝으로 여야의 시도지사 후보가 모두 결정된다. 15·16일에는 후보 등록이 이뤄진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정당의 후보 결정이 예정보다 길게는 한 달 가까이 늦어졌다. 후보들 간 토론회도 무산되거나 크게 줄었고, 성사됐어도 외면당했다. 정당과 후보들의 공약 발표 경쟁도 없었다. 이렇게 '선거 실종(失踪)'이 계속되면 지방선거가 본뜻을 살리지 못하고 왜곡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살림살이와 관계된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뽑히는 시·도 지사와 시·도 교육감 각 17명, 시장·군수·구청장 226명, 시·도 의원 786명, 시·군·구 의원 2898명 모두가 그런 일을 하게 될 사람들이다. 국민이 가게를 열거나, 집을 고치고 싶을 때 따라야 하는 건축·도시계획 조례를 만들거나 없애는 사람들이 이들이다. 6월 4일 어떤 후보가 선택되느냐에 따라 4년 뒤 삶과 교육의 질이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월호 참사가 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이상 아무리 지방선거라 해도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여당은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언제든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여당의 숙명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 숙명을 회피하려고 하다간 더 큰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야당이 세월호 비극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하다간 역시 역풍(逆風)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야당으로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에 올라타 쉽게 선거를 치르고 싶은 유혹이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야당도 다를 것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여당은 겸허하게 국민의 질책을 받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야당도 절제하고 자숙(自肅)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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