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8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에 대해 2조3000억원대의 분식 회계를 지시하고 회사 돈 557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2008년부터 5년간 STX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을 2조3000억원 부풀린 장부를 만들게 하고 이를 근거로 KDB산업은행 등에서 9000억원을 대출받고 1조75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부정 발행했다.
STX그룹의 주(主) 채권 은행은 산업은행이다. 은행권의 STX에 대한 대출 10조원 중 가장 많은 3조5000억원을 산은이 대출해줬다. 2007년 이후 중국 다롄에 조선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대출이 집중됐다고 한다. 분식 회계도 그때부터 본격화됐다. 대출금을 쉽게 받기 위해 회사 경영이 잘되는 것처럼 장부를 꾸몄을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산은은 계속 대출금을 내줬다.
산은은 회계 장부의 허위 여부는 실사(實査)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은은 위조 지폐를 집어넣어도 상품을 내주는 고장난 자판기와 다름없다. 감독 당국은 산은 대출 담당자들이 장부를 건성으로 훑어보고 '묻지 마' 대출을 해준 것은 아닌지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검찰은 STX가 허위 장부로 2009년 무역보험공사에서 4000억원의 지급보증을 받을 때 유창무(64) 사장에게 10만달러를 건넨 단서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4000억원 지급 보증에 10만달러를 주었다면 3조5000억원 대출에도 커미션이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 부분도 수사해야 한다.
산은은 작년에 STX그룹의 부실을 떠안으면서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1조4500억원의 적자를 봤다. 산은은 1998년 외환위기 때도 4조889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당시 정부가 세금 5조4000억원을 지원해 그 구멍을 메워줬다. 무역보험공사도 중소 조선사들에 무턱대고 보증을 해주었다가 8900억원을 날린 사실이 2011년 감사원에 적발됐다. 무역보험공사에도 매년 1000억~2500억원의 정부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감독 당국은 세금을 갖다 쓰는 금융기관들의 일탈 행위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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