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8일 일요일

조선_[사설] KBS 사장만 해임한다고 공영방송 바로 서겠는가

KBS 이사회가 5일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가결했다. 대통령이 해임 제청에 서명하면 길환영 사장은 2008년 정연주 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해임되는 KBS 사장이 된다. KBS는 전 보도국장이 '사장의 보도 독립성 침해'를 주장한 뒤 제작 거부와 파업으로 방송에 차질을 빚어 왔다. 이사회의 사장 해임 의결은 조직 장악력과 권위를 잃은 길 사장을 물러나게 해 방송 파행부터 끝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장 해임에 이르게 된 '권력 입김과 보도 독립 훼손' 논란에 관해서는 뚜렷하게 밝혀진 사실이 없다. 전 보도국장과 노조의 주장, 그에 대한 길 사장의 부인·반박만 있었을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 사장만 해임해서는 KBS에 거듭돼 온 내부 갈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1987년 KBS 이사회가 생긴 이래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명된 사장 9명 중 3년 임기를 제대로 채운 사장은 2명뿐이다. 이대로 두면 앞으로도 정권이 바뀌거나 갈등이 폭발할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KBS를 공영방송으로 유지하고 싶다면 정치권이 사장 임명을 좌지우지하고 편집과 보도에 개입하려는 풍토를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 여당이든 야당이든 공영방송 사장을 집권 전리품으로 여기거나 자기 영향력 아래 두려는 사고방식부터 버려야 한다. 사장 선임 방식이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은 영국 BBC가 모범적 공영방송이 된 것은 정치권이 뽑은 사장이 정치로부터 독립해 중심을 잡아 온 덕분이다. KBS 사장이나 임원·간부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도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생각을 아예 지워야 한다.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고 경영 능력이 있는 인사를 KBS 사장에 앉히는 것이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