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 후보자는 2011년 장로로 있는 교회에서 "하나님이 왜 (우리나라가) 일본에 당하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며 "(거기에)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우리한테, 너희는 이조(李朝) 500년을 허송세월한 민족이다. 너희는 시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다른 강연에선 "(하나님이) 남북 분단을 만들게 해주셨어. 그것도 지금 와서 보면 하나님의 뜻이라고(생각한다)" 했다. "조선 민족의 상징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 지는 것이며 이게 우리 민족의 DNA로 남아 있었던 거야"라고도 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4·3 폭동 사태라는 게 있어서 공산주의자들이 거기서 반란을 일으켰다"고 했고, 지난 4월 서울대 강의에선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의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의 발언이 알려지자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은 총리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까지 공개적으로 문 후보자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후보자는 12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무슨 사과할 게 있나"라며 자기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총리실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글들은 언론인 출신의 자유 기고가로서 쓴 것이고, 강연은 종교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한 것"이라며 "일반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으며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자는 11일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책임총리제에 대해 "책임총리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도 논란이 일자 처음엔 "말실수한 것 없다"고 했지만 얼마 후 총리실을 통해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문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과 칼럼들이 전후 맥락을 잘라낸 채 자기를 공격하는 소재로 악용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듯하다. 실제 그런 측면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 책임총리제는 정치부 기자 출신인 문 후보자 눈으로 볼 때 정치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일제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까지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문 후보자의 강연 역시 교회 안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발언이라는 특수 사정을 이해해달라는 것이 문 후보자 측 주장이다. 교회에선 '모든 역경과 시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교리(敎理)가 일반화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후보자의 발언들은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 운영에 대한 총괄 책임을 지게 될 총리 후보자의 소신·역사관·민족관과 직접 관련된 문제다. 총리가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역사나 종교·이념 문제 등에 대해 그간 무슨 주장을 펴 왔는지는 검증 단계에서 반드시 거칠 수밖에 없는 필수적 과정이다. 본인도 해명 자료에서 밝혔듯이 문 후보자의 발언들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 총리실은 우리 민족성을 폄하하는 발언은 다른 사람을 인용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그렇다 해도 총리 후보자가 그런 말을 입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와 4·3 사건 피해자 등 문 후보자의 발언으로 상처를 받은 당사자도 적지 않다.
이번에 총리를 바꾸게 된 것은 세월호 참사로 상심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정부부터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문 후보자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자기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도 이런 인물을 고른 배경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처하지 못해 오히려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 문 후보자는 지금의 논란이 전직 언론인이나 특정 교파의 교인(敎人)이 아니라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질을 묻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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