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8일 일요일

중앙_[사설] 보수 궤멸로 나타난 교육감 선거

친전교조·진보 교육감의 압승이었다. 보수는 서로를 물어뜯으며 분열했고, 진보는 단일 후보에게 표를 몰아 단결한 결과였다. 친전교조 교육감이 권한을 행사하는 지역은 현재 5곳에서 곱절로 늘어나게 됐으며, 전체 초·중·고교의 과반수가 몰려 있는 서울·경기 등에서 모두 진보 교육감이 승리했다. 지방에서도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 여러 명 교육감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특히 서울에서 보수 후보 사이의 분열은 곽노현 전 교육감에 이은 진보 서울교육감 출현을 도왔다. 고승덕 후보의 친딸 폭로 이후 벌어진 고 후보와 문 후보의 진흙탕 싸움은 보수가 신봉하는 가족의 가치를 허물어뜨렸으며, 유권자들은 이런 보수에 등을 돌렸다.

 유권자의 선택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 다만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중 과반의 진보 교육감 탄생은 초유의 상황이다. 혹시 이명박 정부 시절처럼 교육부 장관과 진보 교육감이 사안마다 충돌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갔던 악몽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해도 시·도교육감이 비토를 놓아 교육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이제 시·도교육감 17명으로 구성된 교육감협의회의 주도권도 진보교육 진영이 쥐게 됐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시·도에서 차단될 수 있다. 불과 6년 만에 교육감이 8차례나 바뀐 수도 교육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전임 교육감이 혁신학교를 늘리면 후임은 예산을 깎아버리고, 전임이 만든 자율형사립고는 신임 교육감이 폐지하겠다고 나서니 어느 누가 불안하지 않겠는가.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교육부와 새로 당선된 진보진영 교육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부작용을 최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를 실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가로막는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2006년 직선제 도입 이후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과거처럼 교육감 임명제로 돌아가거나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 시급히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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