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8일 일요일

경향_[사설]박 대통령, 지방선거를 국정쇄신 출발점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쯤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6·4 지방선거는 사실 여러 측면에서 새누리당에 불리했다. 전통적으로 지방선거는 ‘집권여당의 무덤’으로 통해왔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치러졌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경기지사와 인천시장을 얻었고, 초접전이던 부산시장도 지켜냈다. 여권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 셈이다.

어제 박 대통령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큰 힘이 되어주신 국민의 저력과 지혜를 모아 국정개혁 과제 전반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첫 ‘중간평가’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감이 감지된다.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계기로 리더십을 가다듬고 국정운영의 새 동력을 얻는다면 좋은 일이다. 다만 유의할 점은 이번 선거의 ‘성적표’를 오독(誤讀)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주권자들이 성적표에 기재한 내용에는 이러한 것들도 있다. 여당의 충청권 광역단체장 전패, 부산·대구의 꿈틀거리는 민심, 진보 교육감의 대약진.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외면한 채 ‘선방’했다는 데 자족해선 곤란하다. 주권자들은 대통령의 변화를 기대하며 다시 한번 기회를 줬을 뿐이다.

박 대통령 앞에는 적잖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 첫째, ‘박근혜의 눈물’이 선거용이 아니었음을 보여줘야 한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가족들은 선거 종료와 함께 세월호가 잊혀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대통령은 실종자 수색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둠으로써 ‘눈물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정기조의 획기적 전환을 통해 변화를 바라는 민심에 응답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김기춘 비서실장 경질이다. 그는 불통과 독선의 국정운영, 공안몰이식 통치의 상징적 인물로 지목돼왔다. 김 실장이 자리를 지키는 한, 대통령이 어떤 쇄신을 꾀한다 해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셋째, 대대적 인적쇄신이 절실하다. 후임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 인사에서까지 ‘안대희 참사’가 재연되거나 PK공화국·검찰공화국 같은 말이 나와선 안된다. 또다시 그런 사태가 빚어질 경우 대통령의 리더십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내 사람’ 위주의 좁은 인재풀에서 탈피해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를 널리 구하기 바란다.

6·4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박 대통령은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주권자의 뜻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위기가 찾아들 터이다.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 국민은 기회를 여러 번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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