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했다. 정무수석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경제수석에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민정수석에 김영한 전 대검 강력부장, 교육문화수석에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을 내정했다. 그러나 인적쇄신의 초점으로 주목받아온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임시켰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를 외쳐왔으나, 스스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민의를 외면하는 독선과 오만에 절망감을 느낀다.
거듭 밝힌 바와 같이 김 실장은 박근혜 정권의 불통과 독주,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상징하는 인물로 인식돼왔다. 민주공화국의 공직자로서 결코 영광된 별칭이 아닌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가 사실상의 ‘부통령’으로 군림하는 한 국정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더욱이 그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잇단 ‘인사 참사’의 책임자이다. 전관예우 논란으로 사퇴한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반민족적·반헌법적 망언으로 파문을 빚은 문창극 총리 지명자 모두 인사위원회 검증 절차를 거쳤다. 인사위원회가 이들의 흠결을 사전에 몰랐다면 무능과 부실이고, 알고도 넘어갔다면 무신경과 오판이다. 어느 쪽이든 김 실장은 문책을 피해갈 수 없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의원마저 “김 실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직격했겠는가.
신임 수석 인사 역시 ‘친정체제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인상이 짙다. 조윤선·안종범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며 송광용 내정자는 오랫동안 정수장학회 이사를 지냈다. 공안검사 출신 김영한 내정자의 발탁에는 공안통치 기조를 주도해온 김 실장의 그림자가 배어 있다. 소통이나 화합보다 ‘주파수’가 맞는지에 중점을 둔 인사로, 후한 점수를 매기기 어렵다.
지난달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정부의 참사 대응을 비판하던 시민 가운데 많은 이들이 ‘박근혜의 눈물’에 마음을 돌렸다. 그들은 대통령의 변화를 간절히 바랐으나,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그 기대는 배신당했다. 박 대통령은 김 실장을 유임시킴으로써, 누가 뭐라든 내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문창극 지명자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명간 개각을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 대통령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민심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얕잡아봐선 안된다.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김 실장을 경질함으로써 국정쇄신 의지를 분명히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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