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5일 경기를 띄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0.1%포인트 낮추면서 시중은행들이 ECB에 맡기는 하루짜리 예금 금리도 0%에서 마이너스(-)0.1%로 내렸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 도입한 마이너스 예금 금리다. 마이너스 금리는 예금에 이자를 주기는커녕 벌칙으로 보관비를 뗀다는 뜻이다. 하루 평균 280억유로(약 39조원)를 ECB에 예치하는 유로 지역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피하려면 예금을 꺼내 기업과 가계 대출을 늘려야 한다. 그렇게 돈이 풀리면 경기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ECB는 기대하고 있다.
ECB가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劇藥) 처방에 나선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침체된 경제가 올해는 살아날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1분기 성장률이 0.2%에 그쳤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진 뒤 미국·일본도 비상수단까지 동원해 가며 위기 탈출에 힘쓰고 있다. 미국은 2008년 말 제로 금리로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자 중앙은행이 직접 국채 등을 사들이고 4조5000억달러(약 4600조원)를 살포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일본은 무제한 돈 풀기와 엔저(低)를 밀어붙이는 충격요법 '아베노믹스'로 20년 디플레이션 늪에 빠져 있던 경제를 건져 내고 있다.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들이 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길 경우 경기 부양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해도 유럽의 과감한 금리 실험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있다. 경기가 안 풀리는 상황에선 가만있기보다 어떤 비전통적 정책이라도 시도해 봐야 한다는 교훈이다. 우리 경제는 1분기에 작년보다 3.9% 성장하면서 지난 3년의 침체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임대소득 과세를 둘러싼 혼선과 세월호 참사로 경제 심리가 위축돼 그나마 살아나던 부동산과 소비가 다시 힘을 잃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기 살리기가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는 교과서적인 방법만 고집할 게 아니라 과거에 쓰지 않던 비상수단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움직여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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