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치러진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全敎組) 간부를 지냈거나 친(親)전교조 성향의 후보들이 17곳 가운데 13곳을 휩쓸면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생 718만명의 84%가 이들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됐다.
전교조는 1989년 출범할 때 촌지 안 받기 같은 운동으로 교육계에 새바람을 불러왔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에서 법적 노조 지위를 획득한 뒤부터는 국가보안법 폐지, 광우병 촛불 집회 같은 정치·이념 투쟁에 몰두했다. 전교조 소속 교사가 중학생들에게 빨치산 교육을 하는가 하면, 정당에 가입해 당비를 내고 당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이 교육계 안팎에서 비판받으면서 2003년 9만4000명이던 조합원 숫자는 10년 만에 6만명 밑으로 줄었다. 전교조는 국민의 86%, 교사의 70%가 찬성하는 교원 평가제나 전국적인 학력평가에도 반대하고 있다.
4년 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당선되자마자 교육청 인사·징계위원회 위원 상당수를 자신을 지지해준 전교조 출신 또는 친(親)전교조 인사로 채웠다. 그가 전교조를 등에 업고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추진 같은 일에 모든 것을 다 걸다시피 하면서 교사·학생·학부모들이 혼란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진보 교육감 후보를 찍지 않은 다수 유권자는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무상(無償)교육을 크게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들의 무상 공약 시리즈는 무상 유아 교육, 무상 학용품, 고교 수업료 면제, 교복비 지원, 공짜 통학버스 운행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전국 100곳 넘는 학교의 교실·시설이 당장 수리하지 않으면 붕괴 우려가 있는 재난 위험 시설로 분류돼 있다. 무상교육 예산에 밀려 순번을 타지 못한 탓에 아이들이 위험에 방치돼 있다. 무상 급식을 확대하느라 명예퇴직을 희망하는 교사에게 줄 퇴직금이 줄어들어, 신규 교원 임용을 몇 년씩 미루기도 했다. 진보 교육감들이 한정된 예산 현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상 공약부터 밀어붙이면 교육 현장 전반에 적잖은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 현장의 문제들은 여러 사회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숨에 해결하기 힘들다. 진보 교육감들이 입시 경쟁에만 골몰하는 귀족 학교라며 폐지하겠다고 한 자사고(自私高) 가운데는 대학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의 개성을 살려주는 곳도 적지 않다.
진보 교육감들이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고집하며 흑백논리를 내세우면 교육 현장의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진보 출신이라 해서 더 이상 전교조나 특정 이념 집단의 대변자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학교 현장을 전교조나 자기 개인의 이념 또는 철학을 펼쳐 보이는 실험장으로 삼으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정부도 진보 교육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학부모와 교사들도 과거 어느 때보다 학교 운영에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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