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9일 월요일

조선_[사설] KB, '낙하산' 논란 없는 새 경영진으로 다시 태어나야

금융감독원이 9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국민카드의 5000여만건 고객 정보 유출, 도쿄 지점의 5000억원대 불법 대출 사고,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경영진 내분(內紛) 사태 등에 대한 책임을 함께 물은 것이다. 임 회장·이 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는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금융감독원 규정에 따라 문책경고를 받으면 현직 임기가 끝난 뒤 연임(連任)을 하지 못하고 다른 금융회사에 재취업하는 것도 3~5년간 제한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직에서 물러나라는 통보나 마찬가지여서 과거 문책경고를 받은 은행 경영진은 대부분 자진 사퇴했다.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수위가 경징계로 낮아진다 해도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의 대표 은행을 자처하는 은행 경영진이 전산시스템을 바꾸는 문제 하나로 집안싸움을 벌이다 감독 당국까지 끌어들인 것 자체가 스스로 은행을 독자 경영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자인(自認)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징계냐 경징계냐를 떠나 이번 소동을 일으킨 경영진은 모두 스스로 진퇴(進退)를 결정해야 한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한꺼번에 물러나면 경영 공백이 커지고 KB 금융그룹 전체가 크게 흔들릴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서로 다투다가 최고 경영인으로서 리더십을 상실한 지금의 경영진 체제를 그대로 두고 조직이 안정되기를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다.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KB가 파벌 다툼과 줄 대기 인사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KB 사태의 출발점은 회장과 행장이 서로 다른 줄을 타고 '낙하산'으로 내려와 경영 주도권 다툼을 벌인 데 있다. 그래서 새 경영진 선임은 낙하산 시비가 일지 않도록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내부 출신이든 외부 출신이든 조직 구성원들의 신망(信望)을 받으면서 KB를 쇄신할 수 있는 리더십과 역량을 갖춘 금융인을 찾아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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