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에게 돈을 받고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경찰은 어제 서울 양천구의 한 사립고 국어교사 ㄱ씨를 체포하고 교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그동안 각종 자격시험과 채용·승진시험 등 주로 학교 밖이나 사교육계에서 드러났던 시험 문제 유출 비리가 공교육 일선인 학교에서 발각된 것은 보기 드문 일로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체포된 ㄱ교사의 혐의 내용은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 문제를 ㄴ양에게 보여주고 학부모로부터 2000여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ㄴ양의 부모를 상대로 진학상담을 하다가 “시험 문제를 알려주겠다”며 먼저 범행을 제의했다는 게 경찰의 말이다. 자기가 가르친 학생들의 학업 성과를 공정하게 매기려고 출제한 시험 문제를 특정 학생에게 뒷돈을 받고 넘긴 것이 사실이라면 교사로서 일말의 양심과 윤리까지 저버린 행위다.
ㄱ교사가 자신이 담당하는 국어 외에 다른 과목의 시험 문제까지 빼낸 혐의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경찰은 ㄱ교사가 영어·수학 과목 시험지를 구하기 어려울 때는 ㄴ양에게 해당 과목 교사를 연결해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른 교사와 학부모도 ㄱ교사의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이 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서는 문제여서 더욱 심각한 사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할 부분이다.
일선 학교의 교사에 의한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을 우리 교육계는 교육의 근간을 뒤흔드는 엄중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과정이나 수단과 방법은 중시하지 않고 결과만을 좇는 성적지상주의와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윤리와 양심조차 저버리는 황금만능주의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신제도나 입시구조 등 교육 제도의 허점이나 폐단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사건이 일어난 학교는 최근 사학비리로 장기간 몸살을 앓은 바 있다. 비리 사학 특유의 수직구조와 도덕적 해이가 이번 사건의 토양이 됐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의 유명 사립고에서 불거진 엽기적 교육 범죄는 교사 개인의 도덕성과 사학의 기풍, 성적지상·배금주의 세태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최근 공교육 쇄신 분위기를 타고 있는 교육계가 깊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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