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0일 화요일

경향_[사설]6·10항쟁 기념일마저 반쪽 행사라니

6·10항쟁 27주년을 기념하는 정부 행사가 정작 그 주역들은 불참한 가운데 치러졌다. 안전행정부는 어제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제27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열었다. 강병규 안행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이 자리를 했고 안행부 공무원들이 대거 동원됐다고 한다. 기념식의 주인공이 돼야 할 민주화운동 주역과 야권 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직원 등은 정부의 공식 기념식을 거부하고 오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6월민주항쟁 기념 국민대회’를 따로 개최했다. 매우 민망하고 볼썽사나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

1987년 6월 직선제 개헌 등 민주화를 요구하며 전국에서 일어난 시민항쟁을 정부가 2007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기념하는 까닭은 민주주의라는 핵심 가치와 정신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 들어 5·18단체가 불참한 지난 5·18민주화운동 34주년 기념행사에 이어 이번 6·10항쟁 기념식에서도 민주화운동 진영과의 관계 파탄이 드러난 것은 그 핵심 가치와 정신을 가벼이 여긴 결과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화운동 진영이 정부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정부가 민주화기념사업회의 정관상 절차를 무시하고 ‘친박 인사’를 이사장에 임명하고 이사진까지 ‘뉴라이트 인사’들로 채웠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82개 민주·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불법임명거부 국민대책위원회’가 그런 정부의 인사에 반발해 114일째 농성을 해온 터다. 

민주화운동 진영과의 관계 파탄은 국가적으로는 물론 정부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민주화운동 진영의 전유물일 수는 없지만 민주적 상징성과 가치는 존중돼야 한다. 민주적 관행으로 정착한 정관상 절차를 무시한 인사를 강행하고 반대자와 소통조차 하지 않으며 치졸하게 예산 집행마저 중단해버리는 방식은 민주적 가치에 결코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 측의 근본적인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박 이사장도 어제 기념식에서 “민주주의의 과제는 다차원·다집단적 갈등을 민주적·평화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 해소와 국민 대통합을 위해 정부와 박 이사장이 먼저 할 일을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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