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 열람·유출 의혹과 관련,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김 의원에게 회의록 내용을 누설한 정문헌 의원만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하고 다른 관련자 전원은 불기소했다. 김 의원은 2012년 대선 직전 부산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문건을 낭독한 바 있다. 그가 읽은 내용은 이후 회의록 원본과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그럼에도 면죄부를 줌으로써 국가기밀을 정략적으로 활용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은 것이다.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김무성 봐주기’를 목표로 설계되고 진행됐다는 의혹이 짙다. 당초 검찰은 김 의원을 서면조사키로 했다가 비판이 일자 뒤늦게 소환했다. 검찰에 나온 김 의원은 정상 간 대화의 출처를 “찌라시(정보지)”라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발언의 구체성에 비춰볼 때 김 의원이 누군가에게서 회의록 원문을 건네받았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수사는 진전이 없었다. 검찰은 ‘정 의원에게 회의록 내용을 구두로 확인하고 당내 문건을 참조했다’는 김 의원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일찌감치 ‘김무성 무혐의’ 결론을 내고도 발표를 미루던 검찰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발표 일정을 잡았다. 황당한 것은, 전혀 무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국정원 직원 감금 의혹’ 수사결과까지 묶어 내놓은 점이다. 하라는 수사는 않고 물타기에만 골몰하는 검찰은 수사기관인가, 새누리당 부속기관인가.
설사 김 의원 해명이 사실이라 해도 정 의원을 약식기소한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정상회담 회의록을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기지 않았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건 유출 혐의로 정식 재판에 회부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국회의원이 국가기밀을 빼돌려 선거에 활용한 것은 이들의 행위보다 훨씬 무거운 국기문란 범죄다. 검찰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고 한다. 정작 국민들이 보기엔 ‘윗분’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 낸 듯하니 이상하지 않은가. 김진태 검찰총장은 노골적으로 정권을 편들던 한상대 전 총장의 말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2년 가까이 온 나라를 혼란에 몰아넣은 장본인들이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가도록 놔둘 수는 없다. 특별검사를 통한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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