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씨와 장남 대균씨를 지명수배한 지 3주를 넘기고 있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지만 유씨와 그 일가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고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힘든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대체 언제까지 헛돌아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검찰과 경찰은 어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도 안성시 금수원에 21일 만에 재진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검경을 향해 “(유씨를) 이렇게 못 잡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질타한 데 따른 것이다. 이제는 육·해·공군 병력까지 동원돼 유씨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검경이 금수원에서 유씨 도피를 지원해온 핵심 조력자 체포에 실패하는 등 유씨 검거는 계속 난항이다. 이러다간 그가 어느 날 해외로 밀항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게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문제는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되고 있는 데 있다. 그제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선장의 국선변호인은 “임시 선장에 불과해 사고 원인인 과적 등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며 책임을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으로 돌렸다. 다른 선원들도 “해경 지시로 퇴선했을 뿐”이라며 형사책임을 과도하게 질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선원들의 무표정한 얼굴에 희생자 유족들은 “대피 안내 방송은 할 수 있지 않았느냐”며 절규했다.
세월호 재판은 실질적인 배 주인인 유씨 일가에 대한 조사 없이는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물론 진상규명도 반쪽짜리에 머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침몰은 유씨 일가의 탐욕과 청해진해운의 무리한 선박 운영,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태, 선박을 점검해야 할 당국의 책임 방기 등이 함께 어우러져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씨와 그 일가의 신병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파 신도들을 방어벽 삼아 도피 행각을 계속하고 있는 그들은 기업인·종교인으로서의 기본적 자격을 잃었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국민 앞에 나와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박 대통령 지적대로 검경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고도 유씨를 검거하지 못하는 현 상황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금수원이 유씨 도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목한 뒤에도 일주일 이상 머뭇거리다 핵심 조력자를 놓치고 말았다. 그동안 유씨 관련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등 검찰과 경찰의 공조도 유기적이지 않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만약 유씨 도주가 더 장기화한다면 검경 모두 문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세월호 침몰 진상규명은 단순히 관련자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제2, 제3의 세월호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 있는 당사자들은 모두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주길 촉구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