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통신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요즘 알뜰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통신사의 망을 빌려 사용하기 때문에 투자비가 적게 들어 휴대전화 요금이 기존 통신사의 절반 수준이다. 이 같은 장점을 앞세워 알뜰폰 가입자는 300만명을 넘어 전체 가입자의 5%를 웃돌고 있다. 알뜰폰이 예상외의 인기를 끌자 기존 통신 대기업들도 너나없이 사업을 하겠다며 나섰다고 한다. 대기업 도매업자가 슈퍼마켓까지 하겠다고 덤비는 꼴이다. 돈이 된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 재벌 특유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다를 게 없다.
통신 3사가 알뜰폰 시장을 노리는 것은 신규 가입자 확보가 한계에 달한 반면 알뜰폰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알뜰폰 사업 신청서를 낸 뒤 정부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KT도 자회사를 앞세워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 3사 중 SK텔레콤은 2011년 자회사인 SK텔링크를 통해 일찌감치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형평성 차원에서 LG와 KT의 사업 진출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통신 3사의 알뜰폰 사업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통신 대기업의 알뜰폰 사업은 당초 정부의 사업 취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알뜰폰은 통신 3사의 독과점 구조를 깨 요금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게 기본 취지다. 거대 통신사가 사업에 참여할 경우 중소업체는 경쟁은커녕 생존 자체가 어렵다. 이마트나 CJ, 우체국도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지만 망을 가지고 있는 통신사들과는 갑을관계가 상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알뜰폰 시장이 무너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이다. 통신 3사의 알뜰폰 사업 진출은 결국 현재의 통신시장 독과점 구조를 고착화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통신 3사의 안방경쟁은 볼썽사나울 정도다. 가입자 유치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과 바가지요금 탓에 국민 원성이 자자한 마당에 알뜰폰 시장 진출이라니 어이가 없다. 원죄가 있는 SK텔레콤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알뜰폰 시장에서 손을 떼는 게 순리라고 본다. 정부도 KT와 LG유플러스의 신규 진입을 허용해 알뜰폰 시장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당초 사업 취지를 살려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차제에 통신 대기업이 알뜰폰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법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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