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0일 화요일

경향_[사설]세월호 재판, 실체적 진실 규명의 장 돼야

‘세월호 재판’이 시작됐다. 참사 발생 50여일 만에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승무원 15명이 법정에 섰다. 이번 재판은 선장과 선원들을 단죄하는 자리임에 분명하나 여기에만 그쳐선 안된다.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히 규명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동시에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러한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의 시간이 돼야 한다.

어제 첫 재판이 열린 광주지법 201호 법정은 눈물과 탄식으로 가득 찼다고 한다. 피해자 가족 대표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갑자기 죽어가야 했는지, 이유도 모른 채 바닷속에서 고통스러웠을 아이들에게 누가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줘야 한다”며 진상규명과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일부 유족은 피고인들이 법정에 들어서자 “살인자”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들의 절규에 가슴이 미어진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이 선장 등 4명에게 적용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저버려 사망을 부른 죄)’가 인정될지 여부다.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인명 구호 의무가 있고, 구호가 용이한 상황이며,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음을 예견·인식하는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 앞의 두 가지는 관련 법률과 이미 드러난 사실관계에 따라 충분히 입증될 것으로 본다. 다만 피고인의 ‘속마음’을 따져봐야 하는 고의성은 입증이 쉽지 않다. 실제 이 선장 등의 변호인은 “세월호가 심각하게 기울어 더 이상의 구호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선장과 선원들에게도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300여명이 사망·실종된 대참사 앞에서 어떻게든 책임만 면해보려는 태도는 국민의 분노만 키울 뿐이다.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있다면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도리다. 본인들의 과실은 물론 사고 당시 해양경찰청과 선사인 청해진해운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그것만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길이 될 터이다.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고되는 만큼 재판부의 책임도 무겁다. 피해자 가족은 물론 온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안긴 피고인들에게는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단죄에 이르는 과정 역시 형사사법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재판부는 오로지 사실과 증거에 입각해 엄정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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