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10일 당 대표 경선 출정식 성격의 세미나 주제발표를 통해 "기업으로 치면 새누리당은 1차 부도를 맞았다가 지방선거에서 국민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며 "이제 새누리당은 '따라가는 정당'이 아니라 '이끌어가는 정당'이 돼야 하고 국민 말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서 의원은 "당과 청와대 관계를 수평적 긴장관계로 재정립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형해화(形骸化)한 당·청 회의를 정례화·실질화해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입만 열면 '당·정·청 관계를 주도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입법 오더(지시)' '공천 오더' '당직 인사 오더'대로 움직여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입법 활동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여야 할 의원총회는 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뜻을 일방 통보하는 자리일 뿐이었다. 여야 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봤다. 지방선거에서도 '박근혜 마케팅'에 매달려 완패를 면했다. 당내에서조차 '마마보이 정당'이라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집권 여당이 매번 청와대와 각을 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국정도, 정권도 샛길로 빠지지 않으려면 여당과 청와대가 적절한 견제·감시 구도를 이루는 게 필수다. 당이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청와대에 대해 해야 할 말은 하고 때론 청와대와 맞서는 강단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새누리당이 집권당다운 존재감과 자생력을 보여주는 첫걸음이자 나중에 '박근혜 브랜드'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청와대만 바라보고 '여의도 거수기' 역할만 했던 과거의 여당들이 어떤 말로(末路)를 겪었는지는 새누리당이 더 잘 알 것이다. 한 달 뒤 등장할 여당 새 지도부의 어깨가 무겁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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