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어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개선방안을 새로 내놨다.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거나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대상 업종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지정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도중에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나같이 대기업 논리가 그대로 반영된 조항들이다. 개선방안이 아니라 거의 개악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중기 적합업종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화될 공산이 크다. 대·중소기업 정책마저 청와대의 규제 완화 방침에 휘둘린 채 좌초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개선안은 적합업종 지정 요건을 까다롭게 한 게 특징이다. 제도 자체가 중기 보호보다는 대·중소기업 모두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3년으로 돼 있는 지정 기한을 1~3년으로 축소하고 도중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대·중소기업 간 자율경쟁이 필요하거나 내수·수출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생긴 품목은 해제 대상에 포함된다. 자생력 강화에 주력했는지를 입증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재심의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했다. 문제점 보완에 주력하다 보니 당초 골목상권 보호라는 사업 취지가 무색해진 꼴이다.
4년째를 맞은 적합업종 제도는 골목상권 보호에 기여했지만 일부 부작용이 노출된 것도 사실이다. 외국계 기업이 제외돼 역차별 논란을 부른 게 대표적이다. 개선방안에 자산 5000억원 이상 외국계 기업(한국 사업지분 30% 이상)은 국내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도록 한 것은 나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만 앞세우다 보니 당초 사업의 취지가 훼손된 것은 문제다. 적합업종 배제 기준에 기업경쟁력 약화,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대기업 손에 적합업종 지정을 맡기겠다는 뜻이나 다를 게 없다.
중기 적합업종은 애초 ‘체급’이 다른 중소기업을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 피해에서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시장경제 논리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무리다. 승자독식이라는 재계의 논리대로라면 적합업종 제도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대기업 논리에 치우친 독소조항은 바로잡아야 한다. 대기업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어제 발표된 동반성장 성적표만 봐도 100개 대기업 중 14개가 낙제점을 받았다.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면서도 규제 완화를 앞세워 골목상권 보호장치를 무력화시키려는 재계의 이중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소탐대실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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