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선거가 끝나자 여권 일각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을 들먹거리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직선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고,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교육감 선거가 여전히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가 되고 있다”며 임명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보수성향의 교육단체인 한국교총은 교육감 직선제를 규정하고 있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여권과 보수진영의 이 같은 흐름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데 대한 반사적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교육감 선거제도에 대해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왔지만 선거 전 여권에서 직선제 폐지를 공식 주장한 적은 없다. 만약 선거 결과 보수성향의 교육감이 승리했는데도 새누리당이 같은 주장을 펼 것인지는 극히 의문이다. 17개 시·도 중 13곳에 진보교육감이 들어서 정부 정책에 제동이 걸리게 되자 애꿎은 직선제 탓을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달라지는 입장이라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사실 교육감 직선제는 여야가 합의해 도입한 제도다. 2006년 12월 관련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전국 동시선거로 교육감을 선출한 것은 2010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교육감도 교육자치 차원에서 주민 손으로 직접 뽑는다는 인식이 이제 겨우 뿌리내리기 시작한 셈이다. 그런 마당에 폐지 운운하는 것은 여야가 함께 심은 나무를 미처 자라기도 전에 베어내자는 말과 같다.
교육감을 어떤 방식으로 선출하는 게 최선인지 정답은 없다. 미국에서도 어느 주는 직선제를, 어느 주는 주지사 임명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우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명제와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간선제까지 두루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임명제는 임명제대로, 간선제는 간선제대로 문제와 폐단이 많다는 걸 충분히 깨달은 결과 태어난 것이 지금의 직선제다. 물론 직선제라고 해서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선거비용과 낮은 참여율, 교육권력과 행정권력의 마찰과 갈등에서 오는 정책 혼선은 충분히 노출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은 지금부터라도 서두르는 게 좋겠다. 선거공영제를 확대하고 교육권한의 체제를 조정·정비하는 등의 대안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흠이 있다고 더 나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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