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8일 일요일

조선_[사설] 안도하는 與, '마지막 기회'라는 경고 안 들리나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참사의 악재 속에서도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광역단체장 3곳 가운데 인천과 경기 두 곳에서 이겼다. 시장·군수·구청장 당선자는 2010년 지방선거 때 82명에서 117명으로 늘었다. 이런 탓인지 5일 새누리당은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민심의 핵(核)인 서울의 시장 선거에서 13%포인트의 큰 차이로 완패했다. 서울 구청장 25곳 가운데 20곳을 야당에 내줬다. 새누리당은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1.31%포인트 차이로 신승(辛勝)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대구 유권자들은 새정치연합 시장 후보에게 역대 야당 사상 가장 높은 40.3%를 줬다. 두 지역을 포함해 전국 시·도 지사 선거 17곳 가운데 13곳의 여당 후보 득표율이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 득표율보다 떨어졌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모두 이겼던 대전과 세종시, 충남·북, 강원도 등 이른바 '중원(中原) 벨트'를 야당에 내줬다. 세월호 사고에다 후보의 개인차(差), 소(小)지역주의 등 변수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국민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비상 경고음을 울렸다고 보는 게 맞다.

새누리당은 6년 넘게 거대 여당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과연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세력다운 리더십과 정책 능력을 보여줬는지를 스스로 되짚어봐야 한다. 새누리당은 지금껏 대통령 입만 바라보고 정부 뒤를 따라다니기에 급급했다. 선거 때마다 '박근혜 마케팅'에만 기댔다. 야당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이 이 지경인데도 국민이 완전히 내치지 않은 건 야당 역시 미덥지 않아서일 뿐이다.

새누리당은 당장 세월호 국정조사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도 정부 변호인 역할만 하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 될 수 있다. 국가 안전 마스터플랜, 공직 쇄신 방안 등 세월호 수습 입법도 때를 놓쳐선 안 된다. 무엇보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말고 총리·장관 인선에도 적극 민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당 쇄신에 어떤 제한이나 금기도 두지 말아야 하고 당·청(黨·靑) 관계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7·30 국회의원 재·보선, 길게는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더 큰 화(禍)를 피하는 길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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