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로 지명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매우 극단적 견해를 가진 예외적인 인물이다. 문 지명자는 하나님이 이 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고, 남북을 분단시켰다고 주장했다.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 지는 DNA”를 가진 민족에게 “시련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일제의 조선 강점, 남북분단과 전쟁은 한국인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역사적 비극이다. 그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원인을 거론했다고 해명하고 싶겠지만,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두 번 다시 겪어서는 안될 비극임에는 변함이 없다. 100년이 흘러도 한반도 전체가 아직도 아픔을 느끼고 있을 정도로 그 역사적 사건이 준 충격과 고통은 깊고 크다. 그런데 그런 비극을 벌로 받아야 할 만큼 한국인이 잘못한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도대체 100년 이상의 형벌을 받아도 싼 잘못이란 게 가능한 이야기인지 묻고 싶다.
분단은 한반도에 두 이념을 불러들였고 전쟁은 두 이념의 대결과 수백만명을 희생자를 남겼다. 그로 인한 슬픔과 고통도 여전하다. 이 모두 통일되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그런데 공산화를 피하기 위해선 이런 정도의 비극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것도 ‘완전한 독립, 즉 통일은 공산화’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전제로 이런 비극을 당연시했다.
그는 제주 4·3항쟁을 “공산주의자의 반란”으로, 무료 급식을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비난하는 편향된 사고를 드러냈다. 시민사회와 정당, 정부간 논의를 통해 이루어진 사회적 합의에 대한 난폭한 도전이다. 야당 지도자에게는 인격 모독 수준의 혐오를 쏟아냈고, 국정개혁을 위한 책임총리 역할은 부정하고, 성소수자는 비하했다. 이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가장 지독한 편견을 갖고 있는 그에게 건강한 상식, 균형, 최소한의 예의 도, 민주주의 사회의 덕목인 관용과 배려 역시 볍씨만큼도 보기 어려웠다.
이렇게 비틀린 사람은 시민의 위임을 받아 일하는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 하물며 공직 사회의 수장이자 상징, 국가 관료 조직의 지휘자, 국정 개혁의 사령탑 노릇을 하는 총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는 더 이상 시민의 가슴에 못 박지 말고 사퇴하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은 무슨 의도로 그를 총리로 낙점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시민들에게 던진 충격파를 감안해 공개 사과해야 한다. 장관 인선을 앞두고 있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더욱 커진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벌써 몇번째 반복된 실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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