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새 홍보수석에 윤두현 디지털YTN 사장을 임명했다. 대통령의 입으로 통하던 이정현 수석은 1년 3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번 주 중 총리를 포함한 새 각료들을 발표하고 청와대 비서실도 대폭 개편할 것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흔들린 민심을 얼마나 추슬러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지는 이번 개편 내용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청와대 비서는 총리나 장관과는 달리 대통령이 편한 사람을 써야 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대통령과의 사적(私的) 인연이 인선 배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인사 발표 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인사 배경이 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게 만드는 빈도가 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임명된 홍보기획비서관만 해도 왜 그 자리에 임명됐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알려진 게 없다. 새 홍보수석의 경우에도 그의 능력보다는 인선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 이는 분위기다. 그 배경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불신과 억측이 쌓인다.
곧 있을 총리와 장관 인사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이번에도 '수첩 인사'가 되풀이되면 민심과의 괴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대통령 국정 스타일이 '일방적 지시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받아쓰기 장관'들이 국정은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다.
장관이 받아쓰기만 하는 것은 인선(人選)에서 비롯된 문제이기도 하다. 줄을 잘 선 사람이 장관이 되면 국민이 놀라고 의아해한다. 복권 당첨 식으로 장관이 되면 자기 자신도 놀란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장관으로 만들어준 대통령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 새 내각도 국민을 놀라게 만들거나, 스스로 놀라는 사람들로 구성되면 결국 받아쓰기 내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이제는 대통령이 새 총리와 장관들에게 지시하는 장면이 아니라 그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내각에 권한과 책임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서 내각 각료 각자가 대통령 앞에서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치라는 것이 아니다. 결정된 사항은 집행하되 그에 앞선 논의 과정에선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진짜 충성(忠誠)일 수 있다. 대통령이 눈앞의 충성심을 기준으로 사람을 고르면 이런 인물들은 결코 눈에 띄지 않는다.
대통령이 한 번쯤 '충성심'이라는 안경을 벗고 사람들을 보았으면 한다. 대통령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으나 각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을 기용하면 살아 움직이는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거기에서부터 국민의 공감(共感)이 시작될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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