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비서실을 개편해 정무수석에 조윤선 여성부 장관, 경제수석에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민정수석에 김영한 전 대검 강력부장, 교육문화수석에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을 내정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임됐다. 나흘 전 임명된 홍보수석까지 포함하면 전체 9명 수석 가운데 절반이 바뀐 3기 청와대 비서실 출범이다.
신임 정무수석은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의 수행 대변인을 했다.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경제 분야 대선 공약 개발을 맡았던 핵심 참모였다. 교육수석은 대통령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을 때 그 재단의 이사였다. 민정수석은 정권의 주류인 TK(대구·경북) 출신이다. 이 정권 인사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됐던 '내 사람 챙기기'가 되풀이된 모양새이다. 청와대 수석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총리나 내각과 달리 대통령이 쓰고 싶은 사람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기용할 수 있다.
이번 청와대 진용 개편의 직접적 계기는 세월호 참사다. 이 정권이 세월호 사후 대처에서 혼선과 무능을 드러내 대통령이 6번이나 사과하게 된 데는 청와대 보좌진의 책임이 크다. 청와대는 불과 10개월 전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2기 비서실을 출범시켰지만 그동안 경기가 활성화된 것도 아니고 고용·복지 같은 핵심 정책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린 것도 없다. 정치적으로 대야(對野) 관계는 최악이다. 당·청 관계마저도 청와대의 독주(獨走)에 대한 여당 측 불만이 들끓고 있다. 새 수석들이 이 난제들을 얼마나 제대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이번 인사의 성패가 가려질 것이다.
조윤선 수석은 첫 여성 정무수석이다. 박 대통령은 작년 8월 "정무수석의 새로운 시각과 역할을 기대한다"며 처음으로 직업외교관을 정무수석에 발탁하고선 10개월 만에 물러나게 했다.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정책 구상을 입법화하기 위해 밤낮없이 여당과 조율하고 야당과도 대화해야 한다. 업무의 비중과 성격상 이전 정권에선 중진 정치인들이 주로 맡아 왔다. 비례대표 초선 의원 경력의 조 수석이 여야, 당·정·청의 다리 역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최측근 경제브레인으로 경제정책 입안·추진 과정에서 혼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정책을 실행해 본 적이 없고 실물 경제를 다뤄본 경험도 전혀 없는 학자 출신이다. 역대 정권들도 경제학자들을 경제수석에 기용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현실 경제에 대한 감각과 정보가 떨어지는 데다 관료들과의 팀워크, 재계와의 소통에서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안 수석이 이들의 전철(前轍)을 밟을지 아니면 새 전형(典型)을 만들어낼지는 그의 역량에 달려있다.
김영한 민정수석은 숱한 인사 사고를 낳은 청와대의 부실한 검증 체계를 바로잡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그의 검찰 내에서의 이력을 지켜본 법조계 일각에선 김 수석이 과연 인사 검증을 공정하게 해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송 교육수석은 6·4 지방선거를 통해 사실상 이 나라의 '교육 권력'을 쥐게 된 13명의 진보 교육감들을 상대해야 한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왕(王)실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권력 독점 논란에 휩싸여왔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그가 안대희 총리후보자 낙마 등 잇단 인사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 내에서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번 비서실 개편이 빛이 바래는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그를 다시 신임했다. 야당은 벌써 그의 유임을 두고 "대통령이 국민과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국민 앞에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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