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1일 수요일

경향_[사설]밀양 송전탑 상처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이 어제 모두 철거됐다. 밀양시는 단장면 용회마을 등에 들어설 송전탑 공사 예정 부지와 장동마을 입구에 반대 주민들이 설치한 농성장 5곳에 대해 예고한 대로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 경찰 20개 중대, 밀양시 공무원, 한국전력 직원 등 2500여명이 주민 진압과 농성장 철거에 동원됐다. 대부분 70·80대 고령인 주민들은 가스통·쇠사슬·분뇨 등을 준비해 온몸으로 맞서고 수녀·신부·연대활동가 등이 이들을 지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종교계까지 나서 행정대집행 중단과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간곡히 호소하는 가운데 정부와 한전은 기어코 공권력을 동원하는 무리수를 두고 만 것이다.

이번 행정대집행은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래 4월로 예정돼 있던 행정대집행이 늦어진 것은 세월호 침몰사고와 6·4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임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의 교훈과 선거 민심을 봐서라도 무리하게 밀어붙여서는 안될 일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밀양 송전탑 갈등은 국민 건강이나 안전보다 기업의 돈벌이를 중시한 데서 비롯된 사건이란 점에서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교훈은 이윤과 탐욕보다 안전과 생명으로의 가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고 한 것도 바로 그런 뜻을 담은 것이라고 본다.

세월호 참사 후 원자력발전소 안전 문제가 재조명되면서 신규 원전 건설 반대, 수명 다한 노후 원전 폐쇄 등을 공약한 후보가 대거 당선됐다. 밀양 송전탑도 신고리 3·4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의 송전을 위해 건설되는 만큼 원전 민심이나 정책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서두르는 명분이기도 한 신고리 3호기는 현재 품질서류 위조와 성능시험 불합격으로 준공이 무기한 연기돼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살리고 6·4 지방선거 민심을 존중해서 원전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하는 마당에 대화와 대안 모색을 요구하는 밀양 주민들을 공권력으로 짓밟은 것은 대한민국을 세월호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 사회 갈등의 상징이기도 한 밀양 송전탑 문제가 최악의 방법으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송전탑이 완성되더라도 갈등은 계속될 것이고 개인과 공동체의 상처도 쉬이 아물지 않을 것이다. 갈등 해소와 상처 치유는 정부와 한전의 몫이다. 진지한 성찰과 대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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