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롯데홈쇼핑의 ‘갑(甲)질’은 도가 넘었다. 대표부터 말단 직원까지 조직적으로 뒷돈을 많게는 수억원씩 챙겼다. 돈을 뜯어내는 방법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판매 금액의 1~4%를 월급처럼 받는 것은 기본이고 “이혼한 전처의 생활비를 대라” “아버지 도박 빚을 대신 갚아달라”며 돈을 요구했다. 한 간부는 아버지·아들·전처 명의 통장을 만들어 9억원을 ‘수금’했고 MD(상품기획자)는 내연녀의 동생 계좌까지 동원했다. 비상장 주식 정보를 상납받고,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고가에 환매를 요구하기도 했다.
납품비리의 정점엔 신헌 전 대표이사가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6억5000만원을 빼돌린 김모 본부장은 이 중 4억9000만원을 상사인 이모 전무에게 상납했고, 이씨는 2억2500만원을 다시 신 전 대표에게 상납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회사가 아니라 조직범죄 집단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TV홈쇼핑은 1995년 시작됐다. 매년 평균 두 자릿수 성장해 20년 새 2000배 넘게 커졌다. 지난해 매출은 14조원으로 세계 최대다. 이런 화려한 성장사 이면엔 바로 ‘납품업체의 고혈’이 있었던 셈이다. 애초 정부는 ‘중소기업 판로 개척’을 취지로 TV홈쇼핑에 공공재인 전파 사용을 허가했지만 되레 홈쇼핑 업체의 배만 불린 꼴이다.
홈쇼핑의 납품 비리는 고질화된 지 오래다. 국내 6개 홈쇼핑 회사 가운데 5곳이 최근 2년 새 납품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업체들은 작년부터 내부 감시 강화, 공개적인 상품 선정 등 투명성을 키우겠다고 다짐했지만 공염불이었다. 비리업체는 아예 채널 재승인을 받을 수 없도록 해야 납품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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