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2일 일요일

경향_[사설]국민참여재판 가로막는 법무부의 꼼수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일반인들이 형사사건 재판의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를 가리는 제도다. 배심원 결정이 구속력은 없지만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통해 형사사법체계의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하자는 차원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런 도입 취지와는 전혀 다른 법 개정안을 제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선거사범을 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하고 평결 요건을 까다롭게 하자는 게 주된 골자다. 참여재판을 활성화하자는 게 아니라 발목을 잡겠다는 뜻이나 다를 바 없다.

정부 개정안은 참여재판의 요건과 검사의 권한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선거법과 치료감호법 위반 사건 중 징역 1년 미만이면 참여재판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배심원 과반수로 결정해온 유·무죄 평결도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거쳐야 성립하도록 했다. 참여재판 신청도 지금은 피고인만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검사에게도 자격을 주고 동시에 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판사가 배심원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단순 참고사항을 넘어 배심원 평결이 보다 구속력을 갖도록 보완했다.

하지만 선거사범 배제만 해도 정부의 저의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개정안 논의 과정에 대법원마저 “시민참여를 확대하자는 참여재판 취지를 거스를 수 있다”며 반대한 사안이다. 지난 대선 때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 혐의로 기소된 시인 안도현씨와 <나꼼수> 진행자인 김어준·주진우씨 재판 사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 이들에게는 1심 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무죄 평결에도 불구하고 벌금형이 선고됐다가 항소심에서 결국 무죄가 나왔다. 일반 국민들의 법적 판단이 옳았다는 증거다. 정부는 “배심원단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선거재판이 휘둘릴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너무 얕잡아보고 하는 얘기다.

지난 5년간의 시행 결과를 토대로 참여재판제도의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면 차원이 다른 문제다. 검사의 권한 강화만 해도 부작용이 걱정이다.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사건의 경우 검찰의 여론재판용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평결 요건을 배심원 4분의 3 이상으로 만든 것도 이참에 참여재판을 무력화시키겠다는 발상 아닌지 모르겠다. 형사사법체계를 다시 판검사들의 전유물로 돌리겠다는 뜻이라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여야는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이런 꼼수에 놀아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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