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5일 수요일

중앙_[사설] 새 총리 후보, 야당 추천 받아볼 필요 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대한민국 국정의 비정상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겠다며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 60일이 됐다. 그 사이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정치권은 극심한 정파적 대립 속에 세월호 국정조사조차 하나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장과 경제·사회 부총리를 비롯한 7개 부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요청서가 국회로 넘어가긴 했으나 야당은 이 가운데 몇 명은 반드시 낙마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정부 업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부처 국장급 인사 30여 곳이 비어 있다고 하니 공무원들도 일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를 겪으면서 국가 개조 수준의 나라 혁신을 하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국민 분열만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 이전에 국가 어젠다로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공공 개혁, 규제와 전쟁,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비전은 옛 이야기처럼 아련할 뿐이다. 한창 왕성한 활동을 벌여야 할 집권 2년차 대통령으로서 여간 무력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국정 운영의 일대 위기 속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 사람은 역시 박 대통령 자신이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고립에서 탈피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세 번째 총리 후보자를 고를 때 청와대 참모와 비선(秘線)의 얘기만 듣지 말고 새누리당, 나아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추천을 받을 필요가 있다. 원칙적으로 3권분립이 엄연한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전적으로 자기 책임하에 인사권을 행사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총리 인사가 세 번이나 실패한 이유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가 초래한 결과가 아닌가. 그래서 야당과 함께 나누는 새로운 정치실험을 할 만하지 않은가 하는 얘기다. 꼭 야당 추천 인사를 선택하지 않는다 해도 이런 절차 자체가 합의형 혹은 통합형 정치문화를 일궈 나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의 실패는 용인될 수 없기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람을 찾기 바란다.

 새정치연합도 국정 마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정치연합은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 후보자들을 한 사람씩 거꾸러뜨리는 것이 무슨 야당의 의무인 것처럼 착각하면 곤란하다. 안대희·문창극 후보에 이어 이병기 국정원장과 김명수 사회부총리 후보자까지 낙마시켜야 한다고 전의를 불태우는 모양인데 벌써 야당의 ‘인사 파괴 피로감’이 저변에 확산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여론의 주도권만 쥐면 정치는 승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막상 선거 민심이 예상과 다른 결과를 얼마나 많이 내놓았나. 합의형 정치문화는 대통령과 집권당의 결단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야당이 국정의 비판자일 뿐 아니라 책임자라는 자기 인식을 보여줘야 가능하다. 두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은 분열되고 국가는 약화되는 위험 수준에 들어왔다는 것을 대통령과 정치권은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