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4일 화요일

경향_[사설]조폭 뺨치는 롯데홈쇼핑의 추악한 ‘갑질’

검찰이 엊그제 확인한 롯데홈쇼핑과 납품업체 간의 비리사슬 구조는 충격을 넘어 끔찍할 정도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 7명과 상품기획자 3명은 납품업체 등에서 뒷돈 20억원을 받았다. 뒷돈을 챙기는 방식은 뒷골목 건달을 연상케 할 정도로 뻔뻔하고 추악하다. 납품업체에 전 부인의 생활비나 부친 도박빚을 떠넘기고, 내연녀 동생 계좌로 뒷돈을 받았다. 주식투자로 손실을 입자 주식환매를 요구하는 직원도 있었다. 제때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전화로 입금을 독촉했다. 비영업직 간부들은 인테리어 업체에 공사비를 과다계상해 차액을 빼돌려 상사에게 상납했고, 상납액을 채우지 못하면 개인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까지 받아 채워넣었다고 한다.

도덕성 마비를 넘어 부끄러움 자체를 모르는 집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2년 전 4개 홈쇼핑업체 직원들의 비리가 드러난 뒤 롯데에서 유사 사건이 되풀이된 것은 홈쇼핑 업계의 비리사슬이 그만큼 구조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TV홈쇼핑은 1995년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에게 합리적 가격의 제품을 공급하고, 중소기업에는 판로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출범해 현재 6개 업체가 9조원대의 연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자금력과 매장이 없는 중소기업에 홈쇼핑업체는 생명줄 그 자체다. 황금시간대에 방송이 나가면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2~3차례 방송으로 1년치 매출을 올린다. 그러다 보니 홈쇼핑업체는 자연스럽게 ‘슈퍼 갑’이 된다. 이들 사이에 뒷돈이 오가면 제품가격이 높아져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홈쇼핑업체들은 지난해 내부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공염불이라는 게 드러났다. 롯데그룹 역시 올 초 계열사 임원들이 모여 공정거래 결의식까지 가졌지만 구조적인 비리사슬을 끊는 데는 한계를 보이면서 약자를 갈취하는 기업이란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업계의 비리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채널승인 취소 같은 강경책도 검토해볼 만하다. 한편으로 이번 결과는 한국적 기업풍토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재삼 확인케 한다. 조만간 출범할 2기 경제팀이 대·중기 상생을 위한 주춧돌을 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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