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2일 일요일

경향_[사설]제대 앞둔 ‘말년 병장’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군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또 발생했다. 21일 오후 8시15분경 동부전선 일반전초(GOP)에서 주간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임모 병장이 부대원들에게 수류탄 1발을 터뜨리고 실탄 10여발을 발사해 5명은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참사가 빚어졌다. 임 병장은 무장한 채 탈영해 군과 총격전까지 벌이며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장교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 젊은 생목숨을 한꺼번에 잃다니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총기난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할 최악의 군기사고다. 그럼에도 잊을 만하면 반복적으로 터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005년 6월 경기 연천 전방초소(GP)에서 김모 일병이 내무반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참극을 빚었고, 2011년 7월에도 인천 강화 해병대 해안초소에서 김모 상병이 내무반에 소총을 난사해 4명이 사망하는 사태를 겪었다. 그때마다 군 당국은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재발 방지 약속을 되풀이했다. 특히 병영 내 악습과 구태 일소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2011년 해병대 총기난사 사고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터진 이번 사고로 빈말이 되고 말았다.

사고 당시 임 병장은 후방 보급로 삼거리에서 수류탄 1발을 던지고 생활관으로 이동하면서 K-2 소총 수발을 발사한 뒤 다시 생활관 통로로 진입해 난사했다고 한다. 3명은 생활관 밖에서, 2명은 안에서 각각 사망했다. 전역을 3개월 앞둔 ‘말년 병장’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참으로 궁금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부대에서 또는 개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사고 경위와 배경을 밝혀야 할 것이다. 총기사고는 병사와 총기의 관리 문제에서 비롯되는 만큼 그에 대한 진상과 책임 소재의 철저한 규명을 통해서만 실질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정황으로 보면 군 당국의 병사 관리에 중대한 구조적 문제점도 엿보인다. GOP 근무에 관심병사를 배제해왔으나 최근 병력 부족으로 A급 관심병사에 대해서만 GOP 근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던 임 병장이 B급으로 조정돼 GOP에 투입된 것이 결과적으로 이번 총기난사 사고로 이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지키는 장병을 믿고 부모형제가 단잠을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군에 간 아들 걱정에 부모가 단잠을 설치도록 해서야 되겠는가. 제발 이번에는 제대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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