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판결 이후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판결 직후 전교조를 무력화하는 초강경 명령을 내리자, 전교조는 이 조치에 불응하고 총력투쟁으로 맞서겠다는 결의를 했다. 교육계의 노·정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교육부의 태도다. 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전교조를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까지는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교사 6만명이 가입해 있고 십수년간 교원단체로 활동해온 조직의 실체까지 부정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교육부는 전교조 전임자에게 휴직 허가를 취소한다며 2주일 이내에 서둘러 복직하라고 다그치듯 명령했다. 하지만 국가공무원법 제73조 3항에는 “휴직사유가 없어지면 30일 이내에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문구상 ‘30일 이내’라고 돼 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다면 복직하기까지 30일의 시간 여유를 주는 게 타당하다. 그런데도 복직 시한을 7월3일로 못박은 것은 전교조에 우호적인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7월1일 취임한다는 일정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진보교육감이 들어서기 전에 일을 해치우겠다는 비겁하고 졸렬한 발상이다.
이 외에도 교육부는 전교조에 대한 사무실 퇴거와 임대보증금 반환, 단체교섭 중지, 조합비 원천징수 금지, 전교조 교사들의 위원회 참여 배제 등을 시·도 교육청에 지시했다. 전교조를 꼼짝달싹 못하게 옥죄어 사실상 해체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하지만 노조가 아니라 해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한 교육당국은 교사단체와 소통하고 그 활동을 지원하는 게 정상적이다. 일부 시·도에선 실제 전교조가 아닌 다른 단체에도 사무실을 무상 임대해주고 있고, 각종 교사 연구모임이나 동아리 회비를 월급에서 공제해주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전교조 죽이기’가 아니라면 전교조에 대해서만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전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1심에 불과하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섣부른 단정을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판결을 두고 전교조가 “사법부 스스로 행정부의 시녀임을 고백했다”고 비난하는 것도 그런 점에서 적절치 않다. 기왕에 법원 판단을 받아보기로 한 이상 일단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다. 교육부와 전교조 모두 차분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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