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5일 수요일

경향_[사설]이렇게 논문비리 많은 교육장관이 어디 있었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장과 7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자진 사퇴 형식으로 정리한 문창극 총리 지명자 외에 다른 장관들은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제 이들이 장관 직무를 수행하는 데 어떤 결격 사유가 있는지 철저히 검증하는 일은 국회 몫이 됐다.

후보자 중에는 이미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판단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 있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논문과 관련한 비리와 의혹이 내정 발표 이후 거의 매일 쏟아져 나왔다. 국회 유기홍 의원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제자 논문을 축약해 교내 학술지에 투고하면서 자신을 제1저자로 올린 게 5건, 공동 연구논문을 단독 저술인 것처럼 등재한 게 4건, 같은 논문을 다른 학회지에 중복 투고한 게 2건이다. 이는 김 후보자가 회장·부회장을 지낸 한국교육학회나 한국교육행정학회의 연구윤리규정 또는 윤리헌장에 명백히 어긋나는 것들이다. 김 후보자가 한때 원장으로 재직한 한국교원대 교육연구원은 윤리규정을 어길 경우 논문 취소나 원문 서비스 제외, 나아가 투고 금지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윤리위반이 어떻게 드러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백일하에 드러난 지금 그가 있어야 할 자리는 국회 청문회장이 아니라 논문윤리위원회 심사장이어야 어울린다.

지금까지 장관이 되겠다고 나선 학자 중에 이 정도로 많은 논문비리가 드러난 경우는 찾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 때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의 연구 데이터를 자기 논문에 인용하고 교내외 학술지에 논문을 중복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돌이켜보면 김명수 후보자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가벼운 내용이었지만 “그것도 표절이고, 표절은 학자로서 도둑질과 같은 것”이라는 여론에 따라 18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추상같은 잣대를 들이대며 사퇴 여론에 앞장선 주역이 지금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다. 이제 와서 새누리당이 상습적 논문비리 학자를 장관으로 수용한다면 이런 자기 모순도 없다. 

더욱이 이번에 임명되는 교육부 장관은 교육 사회 문화를 총괄하는 사회부총리도 겸하게 돼 있다. 평생 학교에만 있어온 극단적 보수성향의 교육학자가 사회의 다양한 업무를 조정·총괄하는 직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논문비리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사람이 아이들에게 교육과 윤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국가적 수치다. 김 후보자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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