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7·14 전당대회 청년 선거인단이 모집 시작 후 며칠 만에 정원인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무차별 동원 경쟁을 벌인 결과일 것이다. 얼마 전에는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수십 명이 "당권 주자들은 다음 총선 공천 등을 내세워 의원들을 줄 세우려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유력 당권 주자(走者) 측은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얼굴을 붉혔다.
22일엔 '여론조사 조작' 공방이 벌어졌다. 며칠 전 한 여론조사 기관의 당권 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가 보도되자 2위로 거론된 후보 측은 "1위를 차지했다는 후보 측에 유리하게 자료가 조작됐다"고 했다. 여론조사 기관도 "보도 내용이 실제 조사 결과와 다르다"고 밝혔다. 1위에 올랐던 후보 측은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맞섰다. 당권 후보들 전과(前科)를 공개하느니 마느니 입씨름도 벌어지고 있다. 여당 당대표 경선이 초반부터 이 정도로 충돌 양상을 보이는 건 드문 일이다.
정당의 당권 경선은 으레 뜨겁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파열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국정(國政)이 진공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잇단 총리 후보자 인사 파동과 그에 따른 새 내각 출범 지연으로 국정이 두 달 가까이 헛돌고 있다. 새 총리 후보의 운명을 둘러싸고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벌써 며칠째다. 이미 10여일 전 수장(首長) 교체가 확정된 국정원과 7개 부(部)는 아직 후임자들의 인사청문 요청서조차 국회에 제출되지 않아 장기 인사 공백(空白)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세월호 사건 국정조사는 시작된 지 20일이 지나도록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다. 명백한 국정 비상(非常)이다.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에서 간신히 완패를 면했다. 정치적 자생력이 밑바닥 수준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항상 야당을 크게 앞서던 당 지지도도 계속 떨어져 야당과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 여당 안에서조차 다음 총선·대선 위기론이 나올 정도다. 이런 새누리당의 죽기 살기 식 내부 권력투쟁이 어떤 결말로 끝날 것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당은 이름뿐이고 속으로는 분열로 골병이 들 것이다. 모두 자업자득일 뿐이다.
그러나 집권 2년도 안 된 정부가 정권의 중심에서부터 먼저 흔들려 국정을 마비 상태에 빠뜨리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경제와 한반도 주변 정세까지 살얼음을 걷고 있는 이때에 집권당 내부가 여야 사이보다 더한 적대감으로 서로 물어뜯게 되면 결국 국민에게까지 피해가 돌아오게 된다. 지금 새누리당에선 국정에 대한 책임 의식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모두 눈앞의 권력에 눈이 멀어 정신 줄을 놓고 있지만, 곧바로 민심의 파도가 밀려들면 승자·패자 가리지 않고 쓸려가버릴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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