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2일 일요일

조선_[사설] 쌀 개방 줄다리기 끝내고 후속 대책 서두를 때다

정부가 20일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서 국내 쌀 시장을 개방하되 높은 관세(關稅)를 붙이겠다는 정책 방향을 공식화했다. 또 쌀 시장 개방에 따른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쌀 재해보험 보장 수준을 현실화하고 국산 쌀과 수입 쌀 혼합 판매 금지, 전업농(專業農) 육성, 미곡종합처리장(RPC) 시설 현대화 같은 후속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쌀 시장 개방 시기를 5년 더 미뤘다. 그러나 필리핀은 개방 시기를 늦춘 대신 큰 대가(代價)를 치르게 됐다.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 물량을 현재 35만t에서 80만5000t으로 2.3배 늘리고, 의무 수입 쌀의 관세율도 40%에서 35%로 낮추기로 약속했다. 육류(肉類)를 비롯한 농축산품에 대한 관세를 크게 내려 다른 농축산 시장 개방을 확대하기로 양보했다.

우리가 필리핀처럼 쌀 시장 개방을 늦춘다면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이 올해 40만8700t에서 94만t까지 늘어나게 된다. 국내 쌀 소비량의 20%를 넘는 물량이다. 지금도 정부 창고에 보관 중인 수입 쌀이 50만t에 이르는 상황에서 의무 수입 물량이 더 늘어나면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공급 과잉으로 쌀값이 폭락해 그 피해가 농민들에게 되돌아가고 정부 재정 부담도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날 공청회에서 일부 농민단체는 올해 말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되더라도 반드시 쌀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시장 개방에 반대했다. 그러나 쌀 시장 개방을 몇 년 더 늦춘다고 그때 가서 별다른 해결책이 나올 턱이 없다. 개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계속하기보다는 무엇이 우리 농업과 농민을 살릴 수 있는 길인지 대책 마련에 힘을 쏟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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