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닥친 큰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으며 고난을 헤쳐나가려는 강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제3자의 도움과 관심은 아무래도 부차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의연한 모습을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에게 발견한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참사로 인해 많은 친구와 선후배를 잃은 어린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닥친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스스로의 힘으로 슬기롭게 치유하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엊그제 경기 김포아트홀에서 열린 ‘경기도 청소년연극제 서북권역대회’에서 단원고 연극부 학생들이 <자살자>라는 제목의 연극을 선보였다고 한다. 연극부 2학년 학생 가운데 10명은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났지만 학생들은 여기에 좌절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위로하며 자신들의 손으로 치유의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연극의 내용도 어둡고 침울하지 않았다. 각기 자살을 생각하던 세 청소년이 우연히 만나 ‘씩씩하게 살아가자’고 다짐한다는 이야기에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고, 유쾌한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터져나왔다고 한다.
이날 무대에 오른 배우 7명은 모두 1학년 학생들이었고, 3학년은 스태프로 참여했다. 무대 위의 주축이 돼야 할 2학년 학생들이 모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연극제 우승을 꿈꾸며 지난해부터 함께 땀을 흘리던 2학년 부원들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고, 학교 전체가 크나큰 슬픔에 잠긴 상황에서도 방과후 수업이 끝난 오후 5시30분부터 10시까지 매일 연기를 가다듬은 학생들의 강인한 의지와 불굴의 노력이 놀랍기만 하다. 세월호 참사를 연극이라는 마당을 통해 극복하려는 학생들의 절실한 염원이 하나로 뭉쳐졌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을 것이다.
단원고 연극부는 34개팀 가운데 특별상을 받았다. 그러나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닥친 고난을 치유하기 위해 무대 위에 올린 이 작품은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로 값지고 감동적인 것이었다. 우리는 단원고의 연극제 참여를 계기로 이 학교공동체에 새겨진 큰 상처가 가능한 한 빨리 아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지역사회나 시민사회도 학생들의 이러한 노력을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학교 구성원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학교를 정상화하는 일에 모든 역량과 지혜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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