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난사 후 무장탈영한 임모 병장이 사건 발생 약 43시간 만인 어제 오후 생포됐다. 체포에 나선 군은 임 병장에게 빵과 물, 전투식량 등을 제공하고 가족을 통해 투항을 권유하는 등 심경 변화를 유도해 생포하는 작전을 폈다. 임 병장은 군 병력에 포위된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체포됐다. 총기난사로 인한 사상자 외에 체포 과정에서 2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던 상황이었지만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사태가 일단락된 것이 무엇보다 다행이다.
임 병장 생포는 이번 사태의 마무리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일 뿐이다. 남과 북이 대치한 전방 부대에서 적진을 향해 겨누던 총을 거꾸로 돌려 동료에게 난사하고 탈영하는 참극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방도를 새롭게 찾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군 당국이 2005년 경기 연천군 530전방초소(GP) 총기난사 사건 이후 병영문화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뒤에 일어난 총기사고를 보면 그것이 일선 부대에 제대로 뿌리내렸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병영의 폐쇄적 문화는 병사 개개인의 소통을 여전히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복무 부적응자를 위한다는 제도가 거꾸로 동료에 대해 ‘고문관’ 취급이나 가혹행위의 표적으로 만드는 현실이 그런 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관심병사 제도도 그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총상을 입은 임 병장은 출혈은 많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후송됐다고 한다. 인내심을 갖고 임 병장을 설득하려 했던 군의 노력이 그나마 최악의 결과는 피하게 했다. 임 병장은 총기난사의 죄과와 별도로 그 원인 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다. 자살이나 사살은 중요한 진실을 묻어버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음달이면 정기휴가에 이어 9월이면 전역을 앞둔 내 아들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느냐”는 임 병장 아버지의 절규는 군에 자식을 보낸 모든 부모의 물음이기도 할 것이다. 군은 이 물음에 솔직하게 답할 때 비로소 국민 신뢰를 쌓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군 당국은 신병이 확보된 임 병장을 치료한 뒤 범행 동기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GOP 및 GP의 경계시스템과 병영 부조리 존재 여부 등을 정밀 점검할 뜻도 밝혔다. 백승주 국방차관은 “7월을 기한으로 전군에 대한 부대 정밀 진단을 하겠다”고 말했다. 군은 이번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고 문제를 정밀하게 점검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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