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2일 일요일

조선_[사설] 또 전방 총기 난사, 자식 안심하고 軍 보낼 수 있겠는가

21일 저녁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 22사단 GOP(일반전초) 소초에서 경계 근무를 마치고 생활관으로 돌아가던 임모(22) 병장이 동료 병사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소총을 난사해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전역을 3개월 앞두고 있는 임 병장은 사건 후 총기를 휴대한 채 도주했다가 22일 오후 수색 군 병력에 발견돼 밤 9시 현재 대치 중이다. 세상에서 더 귀할 게 없는 아들을 입대시켰다가 졸지에 저세상에 보내고 만 부모들로선 하늘이 두 쪽 난 것이나 다름없다.

대학 1학년을 다니다 2012년 12월 입대한 임 병장은 22사단 배치 후 작년 4월 인성(人性) 검사에서 A급 '특별관리' 대상 관심 사병으로 지정됐다. 작년 11월 2차 인성 검사에선 B급 '중점관리' 판정을 받았지만 12월부터 GOP 근무를 시작했고 올 3월 다시 실시된 인성 검사에서도 B급 판정을 받았다. 비무장지대 남방 철책선 남쪽에 설치된 GOP에선 실탄·수류탄을 휴대한 채 근무하기 때문에 A급 문제 사병은 GOP 근무에서 배제되고 B급 사병은 지휘관 재량에 따라 GOP 근무를 시킬 수 있다.

2011년 경기 강화군 해병 2사단 해안 초소에서 총기 난사로 동료 4명을 죽게 한 김모 상병(당시 19세)도 인성 검사에서 불안·성격장애가 확인돼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경우였다. 김 상병은 후임병들로부터도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기수 열외(列外)' 대상이었다. 2005년 6월 경기도 연천 비무장지대 안 최전방 GP(감시소초)에서도 김모 일병(당시 22세)이 수류탄을 투척하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을 숨지게 한 일이 있다.

이번 사건을 일회성·우발적 사건으로 봐선 안 된다. 지난 10년간 있은 세 차례의 군부대 총기 난사 사건은 모두 외부와 격리된 생활을 하는 전방 초소에서 벌어졌다. 전방 초소 사병들은 고립된 집단 생활에서 왕따 같은 정신적 폭력이 가해져도 문제를 밖으로 알리거나 도움을 호소할 방법이 없다. 자칫 자제력을 갖추지 못한 사병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일선 지휘관들이 개별 사병들 동태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돌봐주는 수밖에 없다. 미세하게라도 행동의 이상이 눈에 띄는 사병에 대해서는 전문 상담과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육군에는 A·B·C급으로 나뉘는 '관리 사병'이 2만명쯤 있다고 한다. 일선 지휘관들 중에는 문제 사병들과 수시로 면담하고 성실한 선임병을 전우조(戰友組)로 붙여주면서 자상하게 관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부대 내에서 어떤 병사가 '관리 사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되레 조직적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군은 문제 사병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든 제도가 거꾸로 병사들을 궁지로 모는 일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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