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5일 수요일

경향_[사설]경주 방폐장 안전성 재검증해 불신 해소해야

국내 첫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인 경주 방폐장에 대한 안정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3일 이달 말로 예정된 경주 방폐장 완공 시기를 연말까지 6개월 추가 연장하는 내용의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변경(안)’을 고시하면서다. 사실상 공사가 끝난 상태에서 완공 날짜를 미룬 것에 대해 산업부는 인허가 절차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환경단체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주 방폐장은 이미 지질 보강 공사 등을 이유로 세 차례나 준공을 연기하면서 안전성 논란과 불신을 키운 바 있다. 원래 2009년 12월 공사를 마치기로 했으나 이번까지 네 차례 연장 조치로 공기가 30개월에서 그 세 배인 90개월로 늘어났다. 애초부터 적합하지 않은 곳에다 방폐장을 만들자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그제 경주에서 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 주최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도 지적됐듯이 2005년 부지선정위원회가 잘못된 데이터로 적합 평가를 해서 선정된 부지이기 때문이다. 부지 선정 당시 60~80%라던 암질지수가 4년 뒤 20~30%로 조사된 것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경주 방폐장이 들어서는 곳은 절반 이상이 최하 등급인 5등급 암반이다. 게다가 막대한 양의 지하수가 빠르게 이동하는 곳이라 차수벽을 쳤는데도 하루 1300t의 물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주변에 활성단층도 있어서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방폐물이 든 드럼통을 사일로에 채워 폐쇄하고 나면 사일로는 물에 잠길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사일로의 균열과 방사능 누출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오염된 지하수는 경주시민의 식수로, 동해로 빠져나가 국민의 식탁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10만드럼의 방폐물을 300년 동안 방사능이 새지 않게 관리해야 할 방폐장을 물이 흐르는 연약 지반에 짓는 것은 참으로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이 지반 약화와 지하수 유입 등으로 시설 붕괴와 방사능 누출 위험이 제기된 아세 방폐장의 방폐물 12만6000드럼 모두를 10년에 걸쳐 40억유로(6조5000억원)를 들여 옮기기로 결정한 데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아세 방폐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경주 방폐장의 안전성을 전면적으로 재검증해 경주시민을 비롯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방폐물 드럼통을 사일로에 들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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