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4곳의 등기 이사로 재직하면서 작년에 모두 301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재벌 오너나 기업인 가운데 최고의 연봉(年俸)이다. 최 회장 연봉은 기본 연봉 94억원과 성과급 207억원이었는데, 성과급은 재작년분이고 작년 성과급은 받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해 연봉으로 131억원을 받았고,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140억원을 받았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은 등기 이사를 맡지 않아 연봉 공개 대상에서 벗어났다.
재벌 총수들의 연봉은 선진국 기업과 비교하면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다. 애플 수석부사장 로버트 맨스필드의 2012년 연봉은 900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최태원·김승연 회장이 받은 돌출(突出) 연봉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드물 것이다. 더구나 최 회장은 작년 1월 회사 돈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승연 회장도 2012년 8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올해 2월에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두 사람은 지난해 대부분의 시간을 교도소에서 지내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할 기회도 적었다. 이들에게 이런 고액 연봉을 책정할 때 이사회에서 총수의 연봉이 적정한 것인지를 놓고 토론이라도 한번 해보았는지조차 의문이다.
일부 총수들은 적자(赤字)가 난 회사에서 거액의 연봉을 받아갔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GS에서 21억6500만원, GS건설에서 17억2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GS건설은 작년에 8273억원의 적자를 봤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회사가 427억원의 적자에 빠졌는데도 연봉 42억4100만원을 받았다. 임직원들은 적자 경영으로 혹시나 임금 삭감이나 인원 구조조정이 닥칠까 봐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어쩌면 회장이 앞장서면 임직원들은 임금을 일부 반납하고라도 경영을 흑자(黑字)로 돌리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런 종업원들이 회장님이야말로 유별나게 높은 연봉을 받을 만한 일을 했다고 수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재벌 총수나 최고 경영인들이 상식에 벗어나는 과도한 연봉을 받는 일이 누적되면 미국·유럽처럼 최고 경영인 연봉을 규제하자는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재벌에 대한 국민의 위화감(違和感)이 사회 안정을 위협하기 전에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행동을 보여주는 게 낫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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