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일 화요일

경향_[사설]대화하자면서 포탄을 쏟아붓는 북한

일관성 없는 북한의 행태를 지켜보노라면 무슨 의도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올해 초 갑작스레 남북대화를 하자며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대화 제의를 쏟아낸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러던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끝으로 냉랭하게 돌아선 것도, 최근 느닷없이 국제사회와 남한을 겨냥해 위협을 가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북한 외무성은 그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로켓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4차 핵실험 운운은 국제사회와 맞서겠다는 도전이나 다름없다.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더 어려워질 것 없다는 판단일지 모르지만 중국조차 4차 핵실험을 관망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경거망동을 그만두어야 한다. 그러나 역시 북한은 합리적 행동을 거부했다. 핵위협 하루 만에 서해상에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한 것이다. 북한은 어제 해상 사격훈련을 한다며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수백발의 포탄을 쏘았다. 북측 수역을 목표로 했어도 남측을 향해 쏘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한 행동이다. 

게다가 천안함 침몰 4주년이 지난 지 닷새 만의 일이다.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시점이다. 그들은 군사적 행동을 통해 얼마나 불가예측하고 위험한 집단인지를 잊지 않게 해주려 했는지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북한이 쏜 포탄 100여발이 NLL 남쪽 수역으로 떨어졌고, 군은 북쪽을 향해 대응 사격을 한 것이다.

북한은 2010년 8월에도 서해상에서 남쪽을 향해 해안포를 사격, 10여발이 백령도 북쪽 NLL 남쪽 해상에 떨어진 적이 있다. 그리고 3개월 뒤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졌다. 이는 서해와 같은 군사적 대치 지역에서는 비록 훈련이라 해도 무력 충돌로 쉽게 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4년 전 남측은 대응 사격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남측 해상에 떨어진 포탄은 열배가 넘고, 남측의 대응 사격 역시 그 수십배로 늘어났다. 북한의 도발 수위도 높아지고 그에 따라 남한의 대응 수위 모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 큰 재앙이 닥치기 전에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을 해야 한다. 대화 상대끼리는 대화를 해야지 포탄을 주고받아서는 안된다. 빈말로 하는 대화가 아니라 문제를 진전시키는 진짜 대화를 해야 한다. 남북은 긴장 완화의 길을 못찾고 하루가 다르게 군사적 대결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이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게 바로 위기의 징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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