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3일 목요일

조선_[사설] 軍의 어설픈 해명이 북한 무인기 의혹 키운다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까지 무단 침투한 사건과 관련한 국방부와 군(軍)의 대응이 논란을 빚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일 북한 무인기가 촬영한 청와대 주변 사진에 대해 "구글에서 받는 것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군사나 테러 목적의 정찰 수준(의 사진)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제 아침 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북한 무인기가 찍은 사진을 보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 일대가 비교적 선명하게 나와 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해당 부서에서 사진이 흐릿하다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침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북한 무인기는 지난달 24일 청와대 바로 위 공중에 20초간 머물면서 일본제 DSLR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이 사진의 해상도가 군사·첩보위성이 찍은 사진보다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자체 위성이 없는 북한에 유용한 영상 정보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청와대 인근 등산로에서 휴대폰으로 청와대 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그만큼 청와대 일대의 영상 정보 유출을 민감하게 다뤄왔다. 그러던 군 당국이 북 무인기가 찍은 청와대 주변 사진에 대해서만 '별것 아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에 무인기가 처음 추락했을 때 항공 및 군사 분야 전문가들은 "북한제일 가능성이 있다"고들 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대공(對共) 용의점이 없다"고 맞섰다. 그러다 일주일 뒤인 31일 백령도에 북 무인기가 또 떨어지자 그제야 "두 대 모두 북한 무인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을 바꿨다.

군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때도 초기에 오락가락하면서 의혹과 논란을 키웠다. 당시 군은 천안함이 공격받은 시각을 제대로 확정하지 못했다. 또 백령도 인근 해안 초소의 열상감시장비(TOD)에 천안함 침몰 장면이 찍히지 않았다고 했다가 며칠 뒤 이 화면이 나오면서 곤욕을 치렀다. 이런 군의 대응이 결국 좌파가 천안함 폭침은 북의 소행이 아니라 한·미의 자작극 내지는 조작이라는 식의 황당한 주장을 펴는 데 멍석을 깔아준 꼴이 됐다.

인터넷에선 북한 무인기 사태를 놓고도 벌써 온갖 괴담(怪談)이 떠돌고 있다. 군이 이번에도 의혹을 키우기로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 사령관은 2일(현지 시각) 미 하원 청문회에서 한반도 안보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 북의 장사정포를 비롯한 기습 공격을 꼽으면서 "미국과 한국 모두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무인기 사태는 바로 우리가 대북(對北) 억지력 어느 부분이 취약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국방부와 군은 이 사건의 의미를 축소할 게 아니라 우리의 안보 현실을 재점검하고 대비책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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