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勞役)' 판결을 계기로 쟁점이 된 지역 법관, 이른바 향판(鄕判)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300여명인 지역 법관 수를 점차 줄여 나가고 지역 법관은 더 이상 새로 임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역 법관 제도는 여러 부작용을 드러냈다. 일부 지역 법관은 지역 유지나 향판 출신 변호사가 맡은 사건 당사자에게 터무니없이 낮은 형을 선고해 문제가 됐다. 기준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하거나 보석을 허가한 경우도 있었다. 어떤 법관은 자기가 법정관리를 맡은 회사의 임원에 친구인 변호사를 임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 법관 제도는 긍정적 기능도 했다. 법관이 한 지역에 오래 근무하다 보니 지역 사정에 밝아 재판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매년 인사 때면 법관들이 대규모로 자리를 옮기게 돼 재판 중단(中斷)이나 연기가 불가피하다. 지역 법관 제도는 이런 문제점도 피할 수 있다. 미국·유럽 국가들도 지역 법관 제도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역 법관 제도를 폐지하기보다 그 숫자를 좀 줄여서라도 존속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지역 법관들이 비리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철저한 감시와 통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법원장과 대법관만 비리 법관에 대한 징계를 청구할 수 있게 돼 있다. 미국처럼 일반 시민도 징계를 청구할 수 있게 하고, 징계위원회 구성도 법원 외부 인사가 과반수가 되도록 해 제 식구 봐주기가 어렵도록 해야 한다. 10년마다 하는 법관 재임용 심사도 강화해 문제 법관은 과감하게 도태시켜야 한다. 지난 25년간 재임용에서 탈락한 법관은 4명밖에 안 된다.
2026년부터는 검사·변호사 경력이 10년이 넘어야 판사로 임명될 수 있게 법이 바뀌었다. 이렇게 되면 각 지역에서 검사·변호사로 활동하던 사람 가운데서 법관이 선발되기 때문에 지역 법관 제도의 필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세무, 특허, 기업 회생 등 분야별 전문 법관이 필요하듯 지역 전문 법관도 있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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