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일 수요일

조선_[사설] TV 홈쇼핑, 재벌이 中企 등치도록 내버려 둘 건가

검찰은 1일 TV 홈쇼핑에 제품이 나오게 하거나 시청률이 높은 황금 시간대에 방송을 편성해준다며 납품업체로부터 수억 원을 챙긴 혐의로 롯데홈쇼핑 간부와 MD(상품 기획자) 등 2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이 회사 간부들이 하도급 업체에서 받은 뒷돈을 신헌 롯데쇼핑 사장에게 상납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TV 홈쇼핑 채널은 유통망이 따로 없는 중소 납품업체에는 생명줄과 같은 판매 통로다. 우리나라 홈쇼핑 시장은 CJ·GS·현대·롯데 등 재벌 계열사 네 곳이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받는 판매 수수료율은 35.2~37.9%로 중소기업 전문 채널인 홈앤쇼핑(31.5%)이나 농수산홈쇼핑(28.6%)보다 높다. 특히 롯데홈쇼핑은 중소기업에 대해 대기업보다 7.4%포인트나 더 높은 바가지 수수료를 받았다. 검찰은 2012년 말에도 방송 대가로 뒷돈을 받은 4개 TV 홈쇼핑 업체 간부 등 27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수사 때마다 TV 홈쇼핑 비리가 터지는 걸 보면 재벌 홈쇼핑 업체들이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구조가 굳어졌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홈쇼핑 간부들이 뒷돈만 챙기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방송 세트 제작비, 모델료, ARS(자동응답전화) 비용 같은 음성적 수수료까지 납품업체에 떠안기기 일쑤다. 홈쇼핑 회사가 중소기업에 떠넘긴 비용은 고객에게 전가(轉嫁)돼 결국 피해는 1500만~1600만 홈쇼핑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롯데그룹은 비정규직 직원이 많다고는 해도 직원 평균 연봉이 3801만원으로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낮다. 롯데 임직원들은 낮은 연봉을 벌충하기 위해 납품업체에 손을 벌리는 것을 서로 묵인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다. 재벌 TV 홈쇼핑 업체들이 지금처럼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영업을 계속하면 대기업의 TV 홈쇼핑 지분(持分) 참여를 제한하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