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어제 산업계와 학계, 중소기업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제1차 환경규제개혁회의를 열고 규제 감축 목표를 공개했다. 현존하는 환경규제 중 10%를 올해 안에 없애고 2016년까지 기존 규제의 75%에 일몰제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환경부는 “기업경영과 투자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개선해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회의 장면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보도자료만 보면 환경부가 환경규제를 적(敵)으로 간주해 기업을 대신해 싸워주겠다고 다짐하는 것 같다.
지난번 청와대에서 규제개혁 민관합동회의가 열린 이후 어느 부처든 가릴 것 없이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음은 익히 알고 있는 바다. 환경부도 정부의 한 부처인 이상 이 규제 완화 대열에서 예외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무슨 결의대회라도 하듯이 목표 숫자를 내걸고 한쪽 방향으로 내달리는 모습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환경부는 왜 존재하는가. 국민건강과 생명보호, 환경보전을 위해 존재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규칙과 제도가 환경규제다. 과거에 만들어진 규칙 가운데 기술의 발달로 쓸모없게 되었거나, 탁상행정 결과로 애당초 무리하게 만들어진 제도가 있다면 마땅히 고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환경정책은 규제에서 시작해 규제에서 끝난다. 우리가 이 정도나마 맑은 공기를 마시고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환경규제 덕택이다. 크고 작은 규제 조항 하나가 국민을 치명적 사고와 오염으로부터 지켜준다. 이 안전의 토대를 튼튼히 하려면 환경규제를 무턱대고 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할 필요도 있다.
만약 환경부가 환경규제를 더 많이 없앨수록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인식한다면 심각한 자기 부정이 아닐 수 없다. 없어도 되는 규제, 공연히 국민을 괴롭히는 규제를 생산해왔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제시하는 규제개혁 사례를 보면 그런 자기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환경부는 상수원 인근 지역에 유해물질 배출 시설이 들어설 수 없도록 입지 제한하는 것을 대표적인 낡은 규제로 꼽았다. 그런데 이는 불과 석 달 전 “특정 유해물질은 미량으로도 인체 및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 입지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던 환경부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석 달 사이 획기적인 오염방지 기술이 나온 게 아닌 이상 정책 방향이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한 셈이다. 환경부가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시류에 편승하면 국토의 미래가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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