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0일 일요일

경향_[사설]시내버스 ‘의문의 질주’ 원인 철저히 규명해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으나 원인이 철저히 규명되지 않는다면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제대로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밤 서울 송파구에서 한 시내버스가 ‘의문의 질주’를 하며 운전자 등 2명이 숨지고 17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도 그렇다. 경찰이 그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고 원인을 속 시원하게 밝혀내지는 못했다. 늘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이라면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송파 버스사고의 원인을 완벽하게 규명해 시민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송파 버스사고는 시속 20㎞ 속도로 택시 3대를 잇달아 스치고 지나간 1차 사고와 그 뒤 시속 70㎞로 급가속되면서 1200m를 달린 끝에 택시, 승용차와 부딪치고 버스를 들이받고서야 멈춰선 2차 사고로 나눌 수 있다. 경찰은 버스 블랙박스와 디지털 운행기록계 등을 분석한 결과 1차 사고는 운전자의 졸음운전이 유력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운전자가 1차 사고가 발생하기 1시간26분 전부터 졸음 관련 행동 반응을 27번이나 보였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사고 당일 18시간을 내리 근무했다고 하니 졸음운전을 했을 개연성은 크다.

문제는 연쇄추돌로 많은 사상자를 낸 2차 사고다. 경찰도 버스 브레이크나 가속페달 고장 등의 가능성만 언급했을 뿐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블랙박스 영상에서 운전자가 1차 사고 후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리저리 핸들을 돌리며 버스를 제어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운전자의 졸음운전이나 브레이크 조작 미숙을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버스의 정비 불량이나 기계적 결함으로 급발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추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고버스의 속도 상승을 볼 때 급발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전문가도 있다.

운전자가 사망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경찰은 2차 사고의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합리적 추론으로 볼 수 있는 사고버스의 기계적 결함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행여라도 사망한 운전자에게 사고 책임을 모두 덮어씌우려 한다는 지적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경찰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이라도 사고버스 운전자가 장시간 운전에 따른 피로 때문에 졸음운전을 한 것은 사실로 확인된 만큼 버스회사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도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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