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일 화요일

조선_[사설] 임원 年俸 공개, 대상 줄이고 총수는 포함시켜야

이번에 처음 시행된 상장 대기업 임원 292명의 연봉(年俸) 공개에서 상당수 재벌 총수 일가가 빠졌다. 삼성그룹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연봉만 공개됐고, 신세계·LS·대림그룹 대주주 일가 연봉도 공개되지 않았다. 총수라도 등기 이사에 올라 있지 않으면 연봉 공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엔 연봉이 공개되지 않는 재벌 총수가 더 늘어난다.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 회장은 최근 법원 판결을 계기로 계열사 등기 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 부부가 등기 이사직을 내놓은 것을 비롯, 작년부터 총수와 가족의 등기 이사 사퇴가 줄을 잇고 있다. 연봉 노출을 피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봉 공개는 경영진의 보수(報酬)에 대한 통제와 감시를 강화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대상을 등기 이사로 한정한 것은 등기 이사만이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등 법적 권한과 책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독일·영국도 대부분 등기 이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소유와 경영의 경계선이 분명한 선진국 기업들과 달리 우리 재벌 총수들은 등기 이사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인 의사 결정권을 쥐고 있다. 총수들이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등기 이사들에게 떠넘기면 연봉 공개의 취지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등기·비등기 구분 없이 연봉 10만달러를 넘은 임원 3명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등기·비등기를 구별하지 말고 연봉 상위(上位) 순으로 공개 대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연봉 5억원 이상'인 공개 기준을 높여 대상을 줄이더라도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총수들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연봉 공개가 우리 사회에 '반(反)부자 정서'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단순히 연봉이 많고 적은 것만 따질 게 아니라 경영 실적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는지 살펴봐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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