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인 김황식 전 총리가 당내 경선 후보를 3명으로 선정한 것에 반발해 경선 일정을 중단한 지 사흘 만인 어제 경선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이로써 정몽준 의원·김 전 총리·이혜훈 의원 세 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본격 경선이 시작됐지만 그렇다고 경선 과정이 혼탁했다는 기억이 금방 지워지지는 않는다. 세 후보가 감정적 대립을 해온 점을 감안할 때 언제 어떤 계기로 경선이 다시 아름답지 못한 폭로전, 비방전으로 흐를지도 알 수 없다. 세 후보나 당이 교훈으로 삼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김 전 총리의 후보 등록을 전후해 특혜설이 불거질 때부터 이미 조짐이 좋지 않았다. 경쟁자인 정 의원은 김 전 총리가 친박계의 지원을 받는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불만을 표출했고, 김 전 총리는 친박계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는데 당 행태 때문에 불필요한 의심을 사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김 전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 지원설 유포를 의식한 듯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기도 하고 정·이 의원 간 서울시장·지역구 물려받기 거래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후보를 3명으로 확정한 뒤에는 경선이 불리해졌다고 판단한 김 전 총리가 일정을 중단한 채 강력 반발하고 돈선거 의혹을 거론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먼저 김 전 총리 측은 정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광고비 100억원을 집중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의원 측은 “김 후보야말로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억원의 사무실과 고급 인테리어, SNS 콘텐츠 등을 어떤 자금으로 준비했는지 출처를 밝히라”고 맞받아쳤다.
공직 선거가 이전에 비해 깨끗해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당내 선거는 돈선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더 이상 돈선거 폭로전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당 지도부는 경선 재개와 상관없이 양측 캠프의 자금 출처를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본선에서 또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그냥 덮기보다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는 게 더 낫다. 경선 재개는 다행한 일이지만 집권당답지 않게 혼탁했다는 점은 반성할 일이다. 건강한 경선이 되기 위해서는 세 후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며 당은 엄중하고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고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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